[리뷰] '위험한 즐거움'…뮤지컬 '록키호러쇼'

입력 2017-06-28 10:17  

[리뷰] '위험한 즐거움'…뮤지컬 '록키호러쇼'

(서울=연합뉴스) 김종환 기자 = 대체로 희곡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기 마련이다. 단순히 웃고 즐기기 위한 유희 물일지라도 관객은 극이 담아내는 메시지에 따라 각자의 감동을 아로새긴다. 뮤지컬 '록키호러쇼'는 양성애자, 젠더 등 꽤 묵직하고 자극적인 소재들을 기묘하고 유쾌하게 그려내고 있다.


지난 1973년 B급 컬트 물로 런던에서 첫선을 뵌 작품은 국내에서는 2001년 초연됐다. SF소설 '프랑켄슈타인'을 모티브로 한 작품의 내용은 대략 이렇다. 결혼을 약속한 '브래드'와 '자넷'이 학창시절 은사를 찾아가던 도중 차가 고장이 난다. 엎친 데 덮친 격 폭우가 쏟아지고, 두 연인은 인근에 있던 '프랑큰 피터' 박사의 저택에 들어가 도움을 청한다.

[19세 이상 관람가] '위험한 즐거움'…뮤지컬 '록키호러쇼'[통통TV] [https://youtu.be/oJzriSQwIl0]

코르셋에 망사스타킹과 하이힐을 신은 프랑큰 박사는 은하계 트랜스섹슈얼 행성에서 온 양성애자 과학자다. 기괴한 곳에 발을 들인 브래드와 자넷은 프랑큰 박사의 파티에 참여하게 되고, 그곳에서 근육질의 인조인간 '록키'를 만나게 된다. 파티에 매료된 브래드와 자넷은 겉잡을 수 없는 상황에 빠져들게 된다.


19세 이상 관람가인 작품은 관람등급 이상으로 괴기하고 자극적이다. 그들만의 은밀하고 파격적인 파티는 노골적이다 못해 음탕하고 난잡하다. 양성애자인 프랑큰은 도덕적 관념은커녕 죄의식조차 없는 외계 생물. 그에게 인간이란 그저 유희와 쾌락을 얻기 위한 실험물이자 도구일 뿐이다. 프랑큰은 이상형 인간을 만들기 위해 배달원을 죄의식 없이 살해하고, 그의 몸으로 만든 인조인간 록키의 몸을 탐하며 광기 어린 눈빛으로 관객의 시선을 홀린다.


그의 관능적인 눈빛은 마치 본능을 꿰뚫는 거울과 같아서 보는 이들을 매료시키며 마음을 동요케 한다. 무대 공간은 그런 프랑큰의 강렬하고 야릇한 몸짓의 예술로 가득 찬다. 모든 등장인물과 사물이 프랑큰의 손 아래 펼쳐 놓은 듯 그의 치밀함은 가히 압권이다. 브래디와 자넷의 갑작스러운 방문마저도 프랑큰이 미리 짜놓은 계획이 아닐까 하는 음모적인 생각이 들 정도다. 프랑큰은 두 연인에게 쾌락에 몸을 맡기라며 숨겨져 있던 욕망을 망치질해댄다. 결국, 일탈에 눈을 뜬 두 인물은 돌이킬 수 없는 쾌락의 길을 걷고 만다.


극 중 자넷은 프랑큰이 만든 인조인간 록키와도 사랑에 빠진다. 록키의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에 반한 듯하지만, 실상은 육감적인 순수함을 탐하려는 인간의 민낯이다. 이들의 춤사위는 꽤 자극적인 성적 메시지를 함축한다. 명확히 하면 성관계를 묘사하는 적극적인 육체 행위다. 결국, 이들은 이성을 배제한 채 육체적 교감만을 원하는 에로스에 빠지고, 도덕적 관념과 금기에 정면으로 충돌한다. 플라토닉의 가치를 추구하는 관객이라면 조금은 불편해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단순히 보고 즐기자 만든 B급 작품을 이해하고자 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라 할 수도 있다. 실제 신나는 로큰롤 음악과 열정적인 댄스는 관객들의 온몸을 들썩이게 할 정도로 매력적이다. 배우들의 연기력과 가창력 또한 대형 뮤지컬 못지않은 작품. 공연계에서 내놓으라 하는 김영주, 서문탁, 리사, 마이클리, 송용진, 박영수 등 인기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작품이니 그 재미야 보증된 무대임은 틀림이 없다. '팬텀'역을 맡아 극의 흐름을 돕는 조연 배우들의 몸놀림도 작품의 흥과 풍성함을 더하는 매력이다. 몸으로 자동차를 만들고 몸짓으로 무대 배경을 그려내는 팬텀들의 퍼포먼스는 주연배우만큼이나 강렬하고 빛이 난다. 이들의 매력에 빠져들다 보면 어느새 심리적 경계가 허물어지고 작품에 동화되어 즐김은 거부할 수가 없다.


하지만 단순히 유희를 위한 작품이라고 치부하기엔 전하는 메시지가 강력하다. 애써 작품을 이해하려 하는 이유다. 작품은 프랑큰과 록키를 통해 애초 인간의 본질은 탐욕이고, 도덕성은 쾌락과 절제의 경계에서 만들어진 인위적인 것, 그래서 인간 내면에 숨겨진 탐욕이야말로 순수성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작품이 도덕적, 사회적 관념에 따라 욕망을 감추고 살아가는 이들의 로망을 자극할 수 있는 부분이다.


공연 관계자는 "작품의 파격적인 의상들은 일탈을 통해 맛보는 자유와 해방의 의미를 담았다"며 "'쾌락은 죄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통해 관객들의 본능을 부추기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작품은 오는 8월 6일까지 서울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만나 볼 수 있다.

kk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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