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 "납치 추정 차량 포착…전국적으로 최우선 순위에 놓고 수사"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미국 명문 주립대 일리노이대학에서 중국 출신 20대 여성 연구원이 신원을 알 수 없는 백인 남성의 차를 타고 사라진 지 18일이지나면서 대학 당국과 미국에 유학생을 둔 중국 가족들의 불안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시카고 트리뷴은 지난 9일 일리노이대학에서 발생한 중국인 장잉잉(26) 연구원 실종 사건의 파장을 소개하며 "미국 대학 내 30만 명 이상의 중국인 유학생 부모들이 '자녀를 미국에 보내는 것이 안전한 일인지' 의문을 던지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이날 "장씨가 실종 당시 탑승한 차량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아 궁금증을 심화시켰다. FBI는 이번 사건을 납치로 추정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일리노이대학 로빈 케일러 부총장은 "최근 중국 현지에서 올가을 입학하는 중국인 신입생 대상 오리엔테이션을 실시했다"며 "참석자들이 장씨 실종 사건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학부모들의 염려가 느껴졌다"고 말했다.
트리뷴은 "중국 현지 언론들도 이번 사건을 지속적으로 다루고 있다"고 전했다.
시카고에서 남쪽으로 약 230km 떨어진 대학도시 어바나-샴페인에 위치한 일리노이대학에는 대학원 석·박사 과정 포함 4만4천여 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며 이 가운데 해외 유학생이 1만 명에 달한다.
트리뷴은 연방정부 데이터를 인용, 유학생 가운데 중국 출신이 절반 이상인 5천600명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중국인의 미국 유학 붐은 1980년부터 35년간 지속된 중국 정부의 한 자녀 정책과 경기침체 여파로 재정난에 처한 미국 대학의 현실이 맞물려 빚은 결과로, 일리노이대학의 경우 2006년 20명도 되지 않던 중국인 신입생 수가 2014년 600명으로 급증했다.
트리뷴은 "장씨는 중국 남평에서 공장 운전기사로 일하는 노동자의 딸로, 여타 중국인 유학생들과 비슷한 경로를 밟고 있다"며 "부모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유학을 왔고 '언젠가 대학교수가 돼 재정적으로 부모를 돕겠다'는 기대와 꿈을 갖고 있었다"고 소개했다.
장씨는 베이징대학에서 환경공학 석사학위를 받고, 일리노이대학 방문 연구원 자격으로 지난 4월 24일 미국에 도착했다.
학교 측은 장씨가 '작물 광합성'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으며, 올가을 박사과정에 들어갈 예정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9일 낮 캠퍼스 순환 버스에서 하차하는 모습과 공대 인근 도로에서 검은색 승용차를 몰고 나타난 백인 남성 운전자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 차에 올라타는 모습이 보안카메라에 잡힌 것을 마지막으로 종적을 감췄다.
장씨는 실종 시간대에 아파트 임대 계약서 서명을 위한 약속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언론은 장씨가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를 불렀을 가능성을 제시했으나, 수사 당국은 답을 주지 않았다. 또 지역 경찰은 "최근 '승용차 운전기사가 경찰을 자처하며 차에 탈 것을 요구했다'는 신고를 잇달아 받았다"면서도 장씨 사건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장씨의 아버지 장영고(53)씨는 지난 17일 친지 2명과 함께 미국에 도착, 일리노이대학 내에 머물면서 딸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FBI는 "수집된 단서를 모두 공개할 수 없지만, 이 사건을 전국적으로 최우선 순위에 놓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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