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 29일부터 사흘간 홍콩을 방문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화려함보다 안전을 우선시해 수행단 숙소보다 등급이 낮은 호텔에 묵을 것이라고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8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홍콩반환 20주년(7월 1일)을 맞아 홍콩을 찾을 시 주석과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는 방문기간 홍콩섬 완차이(灣仔) 르네상스 홍콩 하버뷰 호텔에 숙박하고 수행단이 더 고급인 인근의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 묵을 예정이다.
르네상스 호텔 귀빈실은 1박당 2만8천 홍콩달러(410만 원)로 그랜드 하얏트 호텔 귀빈실 8만8천 홍콩달러(1천289만 원)에 비해 3분의 1 수준이다.
시 주석이 상대적으로 등급이 낮은 르네상스 호텔을 선택한 것은 지붕에 가려진 채 방탄 리무진에 탑승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이다.
르네상스 호텔 861개 객실과 그랜드 하얏트 호텔 545개 객실이 29일부터 3박 4일간 예약이 모두 끝나 시 주석 수행단 외에 다른 외부 투숙객이 묵을 수 없다.
한 소식통은 "시 주석 방문 기간 두 호텔에 대한 다른 고객의 체크인이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경찰이 위험 평가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시 주석 내외의 숙소 배정이 변경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경찰은 홍콩 전체의 테러 위협 수준이 '보통'이지만, 시 주석 방문과 관련한 위험 등급을 '높음'으로 설정하고 정치 활동가와 급진 시위대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현재까지 이뤄진 집회 승인 신청건수는 완차이 북부 지역의 9건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시 주석 방문 기간 전체 경찰관 2만9천명 중 1만1천 명을 배치하는 한편 보트 10대를 이용해 빅토리아항 주변에서 24시간 순찰을 수행할 예정이다.
경찰은 최근 해외 테러 사건을 고려해 완차이 내 보안 구역을 이전 작전보다 확대했다며 29일 오전 9시부터 다음 달 1일 오후 6시까지 완차이와 빅토리아항 상공을 비행제한구역으로 설정해 헬리콥터를 배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완차이 해안가 건설 작업도 중단됐다.
청이우모(鄭耀武) 홍콩 경무처 조리처장은 이 기간 어떠한 폭력이나 공공 무질서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시 주석과 관리들의 신변 안전에 대한 위협에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 내외는 29일부터 사흘간 홍콩을 방문해 완차이 컨벤션전시센터에서 진행되는 홍콩 반환 20주년 기념식과 캐리 람(林鄭月娥·59·여) 행정장관 당선인의 취임선서식 등에 참석할 예정이다.
시 주석은 1990년대부터 홍콩을 자주 방문했지만, 2008년 7월 부주석 시절 방문을 마지막으로 9년간 홍콩을 방문하지 않았다.
한편, 홍콩반환 20주년 기념행사를 주관하는 친(親)중국 단체인 홍콩각계경전(慶典)위원회가 최근 빅토리아 공원에 있는 영국 빅토리아 여왕상을 가리기 위해 공기주입식 고무 플래카드와 대형 보드를 설치했다가 졸렬한 처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홍콩각계경전위원회는 공원을 관리하는 주무 부처의 요구로 '홍콩 조국 회귀 20주년 경축'이란 글이 쓰인 플래카드 등을 철거했다.
영국 식민지 시대의 유물인 빅토리아 여왕상이 시 주석의 눈에 띄지 않도록 하기 위해 플래카드 등을 설치했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됐지만, 홍콩각계경전위원회는 보드에 과학 엑스포 계획을 알리는 글을 붙이려 했을 뿐 빅토리아 여왕상을 가릴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과거 영국의 홍콩 통치를 상징하는 빅토리아 여왕상은 1896년 빅토리아 여왕 재위 50주년을 기념해 황후상광장에 설치됐다가 1955년 빅토리아 광장으로 이전했다.
홍콩각계경전위원회는 매년 주권반환일에 민주화 집회가 열리던 빅토리아 공원 축구경기장을 29일부터 사흘간 과학 엑스포를 위한 장소로 선점해 집회를 사전 차단하려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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