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건강포인트제' 도입 늘어…포인트 따라 상품권 등 주고 자선단체 기부도
"참가자 의료비 60대 연간 43만원, 70대는 97만 원 절감" 효과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걸은 정도에 따라 포인트를 주고 일정 포인트를 적립하면 추첨을 통해 상품권을 드립니다."
주민의 걷기운동 참여를 장려하기 위해 워킹 마일리지제도를 도입하는 일본 지방자치단체가 늘고 있다. 건강증진을 통해 성인병을 비롯한 각종 질병을 예방, 의료비 절감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요코하마(橫浜)시는 2014년부터 '요코하마 워킹 포인트'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등록한 시민에게 만보계를 나눠주고 걸은 정도에 따라 포인트를 부여한다. 40세 이상이 대상이다.
상점가 등 시내 1천곳에 설치된 판독기가 만보기에 기록된 등록 시민들의 걸음 수를 파악해 기록한다. 2천~3천999보에 1포인트, 1만 보 이상이면 5포인트를 준다. 3개월에 200 포인트(40만 보)를 적립하면 추첨을 통해 3천 엔(약 3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준다. 대략 1만 보 정도의 둘레길 코스에서 매월 시민들이 참여하는 걷기행사도 개최하고 있다.
시 당국은 또 참가자의 월평균 걸음 수가 10만보다 되면 유엔 세계식량계획에 20만 엔(약 200만 원)을 기부한다. 지금까지 460만 엔(약 4천600만 원)을 기부했다. 작년부터 대상을 18세 이상으로 확대했다. 현재 약 24만 명이 참여하고 있다.
참가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응답자의 3분의 2가 "하루 걷는 걸음 수가 늘었다"고 답했다. "걷기 전에는 건강이 좋지 않았다"고 답한 사람의 60% 이상이 "참가후 건강이 좋아졌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가 "주위 사람들과 대화하거나 인사하는 일이 늘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시 담당자는 "의료비 절감 효과도 검증해 보겠다"며 반가워하고 있다.
포인트 제도는 일본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효고(兵庫) 현 가와니시(川西)시는 매년 700명을 정원으로 하는 '건강 마일리지'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40세 이상이 대상이다. 하루 걸음 수 외에 시가 지정하는 스포츠교실에 참가하거나 암 검진을 받으면 포인트가 적립된다. 적립한 포인트는 현지 특산품과 교환하거나 초등학교 단위로 설치된 지역 조직에 기부하는 것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사이타마(埼玉) 현은 올해 관내 25개 시초손(市町村)과 연대해 '사이타마현 건강마일리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만보계나 손목시계형 활동량계, 스마트폰 앱 등을 이용해 참가할 수 있다. 적립 포인트에 따라 추첨을 통해 3천 엔 상당의 관내산 야채 등을 준다. 야채 대신 국내외 자선단체에 기부를 선택할 수도 있다.
포인트 제도의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쓰쿠바(筑波)대학 등이 2014~16년 니가타(新潟) 현과 오사카(大阪)부 등 전국 6개 시에서 실증실험을 했다. 걸음 수와 건강검진결과가 개선된 정도에 따라 포인트를 주고 상품권 등과 교환하도록 한 시험에 약 1만2천 명이 참가했다. 6개월 후 비교해보니 참가자의 하루 걸음 수가 평균 2천보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국민건강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참가자와 비참가자를 비교한 결과 60대의 경우 연간 4만3 엔(약 43만 원). 70세 이상은 연간 9만7천 엔(약 97만 원)의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개 시 전체로는 연간 약 5억3천만 엔(약 53억 원)의 의료비가 절약돼 경품 등에 들어간 비용 1억8천만 엔을 빼고도 3억 엔 정도의 의료비 절감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경제단체와 의료단체 등으로 구성된 '일본건강회의'에 따르면 작년 6월 기준 이런 포인트 제도 등을 도입한 지자체는 394개 시초 손에 달했다.
도쿄(東京)해상일동 안심생명보험은 가입자가 2년간 하루 평균 8천 보 이상을 걸으면 낸 보험료의 일부를 현금으로 돌려주는 보험상품을 8월부터 판매할 계획이다. 기업도 사원들의 건강증진을 위해 걷기운동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정보기술(IT) 서비스 업체인 SCSK는 2015년 "건강 마일리지"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사원이 하루 걸음 수 등을 전용 사이트에 입력하면 실적에 따라 포인트가 쌓인다. 1년 동안 누적된 포인트에 따라 개인이나 해당 부서에 보너스를 주는 제도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건강 일본 21"이라는 프로그램을 마련, 일반 국민의 걷기운동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정부 조사에 따르면 2010년 기준 20~64세 일본인 남성의 하루 평균 걸음 수는 7천841보였다. 후생노동성은 2022년까지 이를 남성 9천 보, 여성 8천300보로 늘린다는 목표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