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천사들 하늘에서는 행복하길'…중국 통학버스 참사 분향소

입력 2017-06-28 17:06   수정 2017-06-28 17:09

'예쁜 천사들 하늘에서는 행복하길'…중국 통학버스 참사 분향소

유족·재인 한인구조단이 설치…조문객 발길은 뜸해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28일 인천시 서구 국제성모병원에 차려진 '중국 유치원 통학버스 참사' 합동분향소에는 적막감이 맴돌았다.

이 분향소는 지난달 9일 중국 산둥(山東)성 웨이하이(威海)시에서 유치원 통학버스 방화로 숨진 어린이 11명을 추모하고자 마련됐다.

재외 한국인들을 지원하는 단체인 '재외 한인구조단'은 유족들의 요청을 받아 인천국제공항과 가까운 이 병원에 분향소를 차렸다.

전날부터 운영한 합동분향소에는 희생된 어린이들의 친인척과 지인 등 80여 명이 찾았을 뿐 조문객의 발길은 뜸했다.

이날 오후 찾은 분향소에는 희생된 어린이 4명의 부모와 친인척 등 대여섯 명만이 자리를 지켰다.

유족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텅 빈 분향소에 앉아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거나 조문객들이 두고 간 포스트잇을 정리했다.

조문객들은 저마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큰 고통을 줘 미안하다', '하늘에선 그 아픔을 기억하지 말길 바라', '예쁜 천사들 하늘에서는 행복하길' 등의 글귀를 남겨 하늘나라로 길 떠난 아이들을 추모했다.

분향소를 지키던 희생자 임연아(5) 양의 아버지 임대진(36)씨는 "우리 아이가 평소에 '나는 날개가 있어, 나는 날 수 있어'라는 말을 자주 했는데 정말 하늘나라로 가 버렸다"고 고개를 숙였다.

중국인 아내와 만나 6년 전 외동딸 연아를 낳았다는 임씨는 아이의 얼굴을 떠올리며 조용히 눈물을 삼켰다.

희생자 중 가장 어린 이상율(3) 군의 아버지 이정규(36)씨도 두 손을 모은 채 아이들의 영정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이씨는 "아들을 유치원에 보낸 지 한 달 반 만에 참사가 났다"며 "사고가 난 지 3시간 만에야 아이의 사망 소식을 알았다"고 어두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참사 바로 일주일 전만 해도 노동절을 맞아 아빠의 손을 잡고 유원지와 동물원을 놀러 다니며 기뻐했던 아이였다.

"두 번 다시는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입을 모은 이들은 "버스에 안전장치나 소화기만 잘 구비돼 있었어도…"라고 말을 흐렸다.






썰렁한 분향소 한편에 놓인 TV에서는 아이들 생전의 밝은 모습이 담긴 영상이 반복됐다.

희생자 11명의 영정 앞에는 하얀 국화꽃과 함께 아이들이 좋아하는 초콜릿 과자와 콜라가 담긴 종이컵이 나란히 놓였다.

분향소 복도에는 인근 어린이집 원생들이 참사 희생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도 붙어 있다.

원생들은 크레파스로 그린 그림과 함께 '안녕 친구야. 너희를 잊지 않을게'라는 글귀로 일찌감치 세상을 떠난 친구들을 기렸다.

유치원생 11명의 희생을 기리는 이 합동분향소는 29일 오후 9시까지만 운영될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 9일 웨이하이 시 환추이(環翠) 구 타오쟈쾅 터널을 지나던 중세한국국제학교 부설 유치원 통학차량에서 불이 나 차량에 타고 있던 유치원생 11명, 중국인 운전기사 충씨, 중국인 인솔 교사가 숨졌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참사는 해고 통보에 앙심을 품은 운전기사 충씨의 방화 때문으로 드러났다.

chams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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