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불편하지만 파업 이해해"…"어른들 이기적 생각" 의견도
서울시교육청 "28일 기준 급식중단 초·중·고교는 59곳"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6학년 아들에게 도시락을 싸줬어요. 빵이랑 음료수가 대체 급식으로 나온다는데 양이 부족할까 봐 넉넉하게 싸줬습니다."
29일 오전 서울 양천구 신원초등학교 정문 앞에서 만난 학부모 김모(43)씨는 아이를 바래다주며 이같이 말했다.
이 학교에서는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가 이날부터 이틀간 총파업에 들어가면서 급식이 중단됐다. 학교 측은 점심을 거르는 학생이 없도록 이틀 전 도시락을 챙겨오라고 공지했다.
성동구 소재 광희중학교에서도 급식중단을 대비해 도시락을 싸오도록 했다. 평소 등교시간 식자재 차량이 드나들고 조리원들로 북적여야 할 조리실은 한산했다.
광희중 관계자는 "전부 도시락을 지참하도록 미리 안내했다"며 "도시락을 못 싸오는 애들이 있을까 싶어 빵과 우유를 미리 준비했다"고 전했다.
이 학교에서는 1교시가 끝나는 오전 9시 30분께 뒤늦게 도시락을 직접 들고온 학부모도 보였다.
학부모들의 반응은 급식 노동자 파업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의견과 급식 차질로 인한 우려가 엇갈렸다.
급식 차질로 오전만 수업한다는 강남구 대청중학교 앞에서 만난 이모(43) 씨는 "불편함이 있겠지만 이해한다. 열악한 처우 개선을 위해 이번 파업은 불가피한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관악구 구암고에 다니는 자녀를 둔 강모(42)씨는 "파업에 부정적이지 않다"며 "엄마가 싸준 도시락을 먹는 것도 아이들에겐 나름 추억이고 교육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사회관계망(SNS) 서비스에 도시락을 예쁘게 만들었다는 '인증샷'을 올리거나 아침에 도시락을 싸고 이제야 출근한다는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다.
구암고 3학년 이모군은 "어머니께서 출근하셔야 하는데 아침 일찍 도시락 싸야 한다고 싫어하셨다"면서도 "급식 대신에 도시락을 싸오니 소풍 나온 기분"이라고 웃었다. 급식중단 때문에 학교가 단축 수업을 하니 기분이 좋다는 학생들도 여럿 있었다.
반면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하모(40)씨는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식사는 가장 기본적인 것인데 이를 제한하면서 어른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좀 아쉽다. 어른들의 이기적인 생각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 기준 비정규직 파업으로 단축수업을 하거나 학생들에게 도시락을 싸오게 하는 등 '급식중단' 조처를 결정한 초·중·고교는 59곳으로 서울 내 전체 국·공립학교(1천38곳)의 5.68%였다. 급식중단 학교는 초등학교가 28곳, 중학교가 26곳, 고등학교가 5곳이었다.
이 중 빵과 우유 등을 나눠주겠다는 학교가 31곳으로 가장 많았고 도시락을 가져오게 한 학교는 15곳, 단축수업을 결정한 학교는 10곳이었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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