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우터 등 생산…日제조업 中진출 주춤하자 中제조업 日생산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 스마트폰 판매 세계 3위의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일본 수도 도쿄에서 가까운 곳에 올해 안에 대형 통신장비 생산공장을 짓고 본격 생산에 나선다.
중국 기업이 일본에 공장을 세워 본격 생산에 들어가는 것은 처음이다.
일본 제조업체의 중국 진출이 주춤해진 가운데 앞으로는 중국 제조업체가 일본을 생산거점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9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화웨이는 이르면 올해 안에 지바현 후나바시시에 있는 공작기계업체 DMG모리정밀기계 공장 부지에 생산설비를 들여와 라우터 등 네트워크장비 양산에 들어간다.
우선 50억엔 정도를 투자하고, 향후에 추가 투자도 검토한다.
LAN과 LAN, LAN과 WAN을 연결하는 인터넷 네트워크 장비인 라우터 등 고속통신용 장비들은 일본 내에서 소프트뱅크 등 거대 통신회사를 상대로 한 판매가 늘고 있다.
일본의 기술이나 인재 확보가 쉬운 도쿄에서 가까운 곳에 공장을 지어 일본과 다른 선진국에서 수주를 늘리겠다는 노림수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화웨이의 일본 생산거점 마련은 사업 인수나 연구개발거점 설치가 중심이던 외국기업의 대일투자가 생산까지 확산되는 단계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고 니혼게이자이는 해석했다.
화웨이는 지난해 스마트폰 1억3천만대를 생산판매, 삼성전자와 애플에 이은 3위를 차지하며 2016년 12월 연간 결산에서는 매출 8조엔(약 81조원)을 넘긴 중국의 대표 기업 중 하나다.
중국 기업의 일본 진출은 2000년대 후반부터 시작됐다. 일본기업 실적이 거품경제 붕괴 뒤 장기불황으로 속속 악화돼 시장에 매물로 나온 기업을 중국 기업이 인수하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2009년에는 중국 가전제품 전문 유통 대기업 쑤닝이 라옥스를 인수했다.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했던 혼마골프와 의류업체 레나운도 중국 기업이 잇따라 집어삼켰다.
그러다 최근에는 중국기업이 인재가 모여 있는 일본에 연구개발거점을 설치하는 움직임이 확산됐다. 작년에는 중국의 창청자동차가 전기차 및 자율주행자 연구거점을 마련했다. ZTE도 사물인터넷(IoT) 연구소 등을 도쿄도 내에 운영 중이다.
이미 연구거점을 두고 있던 화웨이는 한 발 더 나아가 생산거점까지 마련하게 되는 것이다.
일본은 인건비가 높은 것이 과제이기는 하지만 중국도 인건비가 급상승, 그 차이가 줄고 있다. 일본이 비싸다는 감이 약해지며 화웨이는 새공장에서 생산관리 인재를 많이 채용할 예정이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었지만 경기감속으로 해외시장 개척이 급선무가 돼 앞으로 일본 제조업체가 중국에 진출하는 것보다는 중국 제조업체가 일본에 진출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신문은 전망했다.
tae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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