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경력 조리원 장경아씨 "화장실서 쭈그리고 앉아 땀 씻어"
(수원=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10년 넘도록 개미처럼 일만 했습니다. 이젠 정말 인간답게 살고 싶습니다."
경기 시흥 모 중학교 급식 조리원인 장경아(47·여)씨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파업 첫날인 29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간 맺힌 한을 털어놨다.
장씨의 일과를 들여다보면 하루하루가 전쟁의 연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학교에 근무하는 급식 조리원은 단 6명.
점심시간이 시작되는 낮 12시 30분까지 650명분의 밥과 국, 반찬을 만들어야 한다.
이 때문에 오전 8시 30분 출근하면서부터 눈코 뜰 새가 없다.
재료 검수부터 씻고 자르는 등 조리 준비를 오전 10시 30분까지 마쳐야 제때 조리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장씨는 "1시간 정도 일찍 출근해 넉넉히 일하고 싶으나, 학교에서는 수당을 지급할 수 없다고 한다"며 "8시 30분 이전에는 무임금으로 노동하라는 꼴이다. 이 때문에 단시간 집중 근로를 해야 해서 말도 못하게 힘들다"고 토로했다.
음식을 만드는 동안 조리실은 후끈한 열기로 가득하다.
고기라도 튀기는 날에는 튀김기 앞에서 160∼180도의 열기에 그대로 노출돼야 한다.
조리복과 앞치마, 고무장갑, 위생모, 마스크로 완전히 무장한 상태여서 온몸이 땀에 젖기 일쑤다.
샤워시설이 없어 급식 조리원이 이용하는 화장실에서 옷을 벗고 쭈그리고 앉아 세면대에 받은 물을 끼얹는 것이 전부다.
점심시간이 끝나고도 할 일이 태산이다.
각 교실로 올려보낸 배식차가 내려오면, 국통에 모은 잔반의 물기를 제거하고 240kg짜리 통에 담아 버려야 한다.
이어 철 수세미로 식기를 닦아 헹궈서 세척기에 넣고, 그걸 또 건조기에 옮기기까지 또다시 온몸이 땀에 젖는다.
장씨는 "급식실 일 자체가 고된 데다 밥 먹을 시간조차 없이 바빠서 손이나 허리에 통증을 호소하거나 역류성 식도염을 앓는 조리원이 많다"며 "식수 인원이 줄었다는 이유로 2006년 14명이었던 조리원 숫자가 현재는 6명으로 줄었다. 하는 일은 같은데 힘은 배로 든다"고 말했다.
그렇게 주 5일 일해서 12년 경력의 장씨가 손에 쥐는 돈은 한 달에 150만원이다.
장씨는 "첫 월급 72만원으로 시작해 10년 넘도록 개미처럼 일만 한 결과가 한 달 150만원"이라며 "'동일 노동·동일 임금'의 원칙을 지키고, (정규직과) 차별이 없는 세상을 만들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씨를 비롯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장기근무가산금', 즉 근속수당이 턱없이 적은 탓에 처우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김유리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이하 학비노조) 경기지부 법규국장은 "비정규직의 장기근무가산금은 3년 차부터 월 2만원씩 붙고, 매년 월 2만원씩 동일하게 인상된다"며 "반면 정규직은 승급에 따라 간격이 다르긴 하나 호봉이 오를수록 평균 월 6만원씩을 더 받아 비정규직과 큰 차이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10년, 20년 근속을 하면 이런 차이는 더욱 벌어진다"며 "장기근무가산금을 월 5만원으로 인상하고, 명칭도 근속수당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비노조는 이날부터 이틀 일정으로 비정규직 철폐와 근속수당 인상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들어갔다.
급식 조리원과 교무 보조원, 돌봄 전담사, 특수교육보조원 등 학교에서 일하는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는 약 38만 명이며, 이 가운데 5만 명가량이 노조에 가입돼 있다.
k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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