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주 교수 "주요 협력국 대신 파트너로서 역할 강화해야"
김수진 연구원 "올해 예산 108억원…종합적 지원전략 필요"
(성남=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개발협력과 세계 안보에 심각한 과제로 대두한 이른바 '취약국가'에 대한 지원을 효과적으로 한다면 한국의 위상을 한 단계 높이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견해가 제시됐다.
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29일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주최한 제35회 개발협력 포럼에서 '취약국가의 지원을 위한 글로벌 수준의 정책적 접근'이란 논문을 통해 "취약국가 지원은 공여국으로서 고도의 전문성과 재정적 역량이 필요하지만, 효과적인 정책수행을 한다면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한국의 위상을 한 단계 높이는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KOICA는 지난 2012년 취약국 지원 가이드라인을 정하면서 취약국을 '정치적으로 권위와 정당성이 부족하고, 행정적으로 효율성이 떨어지며, 대내외적으로 안보가 보장되지 않는 국가로 정의했다.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소말리아, 부룬디, 콩고, 수단 등이 이에 속한다.
권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와 유럽의 긴축재정 등으로 공적개발원조(ODA)가 예산이 축소되고 정책 우선순위에서도 밀려나고 있다면서 "국제사회에서 신흥 공여국으로 성장한 한국 관점에서는 이제 취약국가 지원을 위한 뉴딜(New Deal)과 같은 사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전문적 사업수행과 전문가의 역할이 필수적인 취약국가 지원 분야에서 경험이 부족한 한국으로서는 취약국가의 주요협력국 역할을 하기보다 미국, 영국 등에 대한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서 뉴딜은 '취약국가에 대한 협력을 위한 새로운 대안'(New Deal for Engagement in Fragile State)을 말한다. 2011년 부산에서 개최된 국제개발원조 정책에 관한 고위급 회담에서 '평화구축과 국가건설을 위한 국제대화체'(IDPS)가 결성되면서 추진키로 합의된 개념이다.
권 교수는 "지금까지 경제·사회 분야에 집중했던 한국의 ODA가 뉴딜과 같이 정치적, 행정적, 국제정치적 성격이 강한 분야에서 효과적으로 집행하려면 철저한 준비와 계획에 기초해 치밀한 사업수행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KOICA 아카데미 ODA 연구원의 김수진 연구원은 '선진 공여기관의 분쟁, 취약국 지원전략 및 성과관리'라는 발표에서 "KOICA는 올해 상반기에 '취약국 지원을 위한 중기이행전략'(2017∼2019년)을 수립했고, 자체적으로 정의한 취약국의 정의 및 지원원칙, 지원대상 취약국 리스트, 지원 추진 전략 등을 종합적으로 제시했다"고 소개했다.
김 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분쟁 및 취약국 지원을 위한 KOICA 예산은 88억 원이었고 올해는 108억 원으로 늘었다.
그는 "취약국 지원은 유·무상 원조를 주로 담당하는 시행기관이 중심 역할을 하는 것이 맞지만, 안보와 국방 등이 갖는 국익 차원에서의 민감성을 고려할 때 단순히 개별 부처 차원에서 원조보다는 국제개발협력의 기본법을 중심으로 범부처 간 분쟁 및 취약국 지원 기금을 마련해 더 다각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종합적인 지원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OICA 기획조정실 기획팀 이승철 전문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취약국 지원원칙이 KOICA 취약국 지원전략에 주는 시사점'이란 주제 발표에서 "OECD 원조위원회(DAC)가 제시하는 다면적 취약성(사회·정치·경제·안보·환경)은 그 범주가 상당히 포괄적이어서 KOICA의 역량과 비교우위를 분석해 지원할 수 있는 범주를 좁힐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취약국에 대한 관점은 국가 역량 및 제도 부재를 그 출발점으로 삼고 있기에 취약국 정부의 공공행정 역량, 특히 거버넌스 강화를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것을 고려해 볼 필요도 있을 것"이라며 "이러한 방향은 지속가능한 개발(SDGs)에도 기여하는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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