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단지 메이저리거가 되고 싶다며 한국에 다져 놓은 성공의 길을 버리고 미국으로 떠나온 황재균(30·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이 데뷔전에서 결승 홈런을 때리자 현지 언론도 그의 야구인생에 주목했다.
황재균은 2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AT&T 파크에서 열린 2017 메이저리그 홈경기 콜로라도 로키스전에 5번 타자 겸 3루수로 선발 출전, 4타수 1안타(1홈런), 2타점, 1득점, 1삼진으로 활약했다.
특히 3-3으로 맞선 6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좌월 솔로포로 팀에 결정적인 점수를 안겼다.
샌프란시스코가 5-3으로 승리하면서 황재균의 홈런은 결승포가 됐다.
MLB닷컴은 이날 경기 리뷰 기사에서 '영웅을 환영한다 - 황재균의 메이저리그 첫 안타는 결승 홈런'이라는 제목과 함께 황재균의 타격 사진을 걸어놨다.
샌프란시스코 지역지 더 머큐리 뉴스는 "황재균이 빅리그에서 뛰는 꿈을 실현하기까지는 그의 야구인생 전체와 트리플A에서의 3개월이 걸렸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제 한국은 그가 꿈을 이루는 모습을 보기 위해 아침 일찍 잠에서 깨고 있다"고 보도했다.
데뷔전에서 수훈선수가 된 황재균도 인터뷰에서 "아직도 현실이라고 믿어지지 않는다"며 자신이 메이저리그에서 뛰려고 얼마나 많은 것을 포기했는지 이야기했다.
그는 "돈, 가족과의 시간, 나의 경력 등 많은 것을 한국에 내려두고 왔다. 단지 이곳에 있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빅리그에서 뛰고 싶다는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루고 싶다는 게 유일한 이유였다"고 말했다.
황재균은 한국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이 자신의 데뷔전 중계를 보려고 새벽에 일어났다고 전했다. 홈런이 터졌을 때는 축하 전화가 빗발쳤고, 한국 언론들도 그에 관한 기사를 쏟아내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님과 영상통화를 하면서 부모님의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도 보았다.
불과 며칠 사이에 메이저리그 승격이 불투명한 상황과 성공적인 데뷔전을 모두 겪으면서 심경이 복잡해졌을 수밖에 없었다.
최근까지 그는 샌프란시스코와 계약을 중도 해지하는 '옵트아웃'을 실행해 다른 길을 모색해야 할지 고민했다.
그는 "옵트아웃을 하려고 최종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가능성을 생각하기는 했다"고 밝혔다.
한편, MLB닷컴은 '배트 플립으로 유명했던' 황재균의 과거를 다시 들추기도 했다.
황재균은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에서 뛸 때 홈런을 치고 타구를 천천히 감상하다가 방망이를 멋지게 내던지는 명장면을 만든 바 있다. 미국 프로야구에서는 이런 행동을 '배트 플립'이라고 부르며 금기시한다. 그러나 황재균의 배트 플립은 워낙 완벽해서 미국 내에서도 해당 동영상이 크게 유행했었다.
이에 대해 황재균은 "정말 의도해서 한 행동이 아니었다. 내가 그때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어쩌다가 일어난 일이다. 지금도 내가 그때 무슨 생각을 했는지 기억 못 한다"고 해명했다.
황재균은 이제 현지 언론에 배트 플립이 아닌 강렬한 데뷔전으로 자신의 이름을 새로 알리고 있다.
abbi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