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상속·증여세 부담 주요국 비해 높아…상속·증여세제 개선 공청회
가업상속공제 적용기준 완화로 조세형평성에 문제 지적
(서울·세종=연합뉴스) 박대한 박의래 기자 = 현행 세법하에서 공제제도를 고려하면 증여세를 내는 것보다는 상속세를 내는 게 세 부담 측면에서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과세환경 하에서는 부모세대가 자녀에게 생전에 증여하지 않고 상속하려는 유인을 가지게 돼 부의 원활한 이전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의 상속세나 증여세 부담 수준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높지만, 가업상속공제제도를 너무 넓게 적용해 조세형평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강성훈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상속·증여세제 개선방향 공청회'에서 우리나라와 주요국 간 상속·증여세 부담 등을 비교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일반적으로 상속세와 증여세는 무상으로 이루어진 자산이전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상속세는 사망시점에, 증여세는 생전 증여시점에 각각 과세된다.
우리나라의 상속세와 증여세는 과세표준 구간 및 세율구조가 동일하다.
1억원 이하 10%, 1억 초과∼5억원 이하 20%, 5억원 초과∼10억원 이하 30%, 10억원 초과∼30억원 이하 40%, 30억원 초과 50% 등 5개의 과세표준 구간을 가진다.
다만 상속세는 피상속인이 남긴 유산 총액을 과세대상으로 하는 유산세 방식을, 증여세는 각 수증자가 증여받은 재산을 과세대상으로 하는 유산취득세 방식을 취하고 있다.
유산세 방식은 상속인이 여러 명인 경우 각자 재산을 분할받기 전의 유산총액에 누진세율을 적용한다.
반면 유산취득세 방식은 각자가 받은 증여재산가액을 기준으로 해 각자 담세력에 맞게 과세하는 장점이 있다.
공제제도를 고려하지 않으면 부모 1명이 자녀 2명에게 동일한 자산을 이전한다고 하면 일반적으로 유산세 방식이 유산취득세 방식보다 세부담이 높다.
공제제도에서도 상속세와 증여세는 차이를 보인다.
상속세의 경우 일괄공제제도로 인해 일반적으로 최소 면세점이 5억원이고 배우자가 있는 경우에는 10억원이다.
반면 증여세는 일괄공제제도와 같은 기초공제(또는 기본공제)가 없어 상속공제가 증여공제보다 유리하게 설계돼 있다.
강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일괄공제, 배우자공제, 자녀공제 등을 고려할 때 상속세가 증여세보다 세부담 측면에서 유리하게 설계돼 있다"면서 "결과적으로 부모세대의 부가 자녀세대로 원활하게 이전되는 것을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상속세와 증여세의 신고세액공제 규모는 2015년 기준 1천515억원과 1천981억원으로, 전체 국내총생산(GDP) 대비 0.29%, 국세 수입 대비 1.56%로 나타났다.
미국, 일본, 프랑스, 독일 등 주요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상속세에 대한 과세시작점은 중간 수준이다.
하지만 상속재산가액이 올라가면서 세부담이 증가하는 속도가 다른 주요국에 비해 빠른 편이었다. 상속세 부담 수준은 대체적으로 일본이 가장 높았고 우리나라가 그 다음이었다.
상속보다 증여가 더 불리하게 설계된 현행 세법상 증여세 부담은 다른 주요국에 비해 높았다.
이러한 분석 결과를 토대로 강 부연구위원은 가능한 상속·증여세 개편 방향과 각각의 주장 근거에 대해 소개했다.
우선 상속·증여세 세부담 완화 및 과세수준 차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증여공제 등을 확대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그러나 공제수준을 확대하거나 증여에 대한 세부담을 완화할 경우 고액재산가에 대한 과세형평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행 유산세 방식의 상속세와 유산취득세 방식의 증여세 과세체계를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문제는 유산세 방식이 세무행정이나 집행 측면에서 용이한 데다 유산취득세 방식은 상속재산 분할이 지연되면 세액 확정이 늦어지는 단점도 있다.
강 부연구위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으로 자진신고하면 내야 할 세금에서 7%를 깎아주는 상속·증여 신고세액 공제율을 낮추는 방안에 대해서는 "과세 인프라가 확충된 점 등을 감안할 때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지만 납세자의 자발적 신고에 대한 인센티브와 세부담 완화 역할이 있어 존치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고 소개했다.
강 부연구위원은 현재 매출액 3천억원 미만 중견기업까지 최대 500억원을 적용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가업상속공제제도가 주요국에 비해 너무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적용요건을 강화하거나 일본처럼 상속세 납부유예제도를 확대하는 것도 검토가 가능하다"면서 "반면 기업승계시 고용안정 등을 위해 가업상속공제를 유지하거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견해도 존재한다"고 전했다.
강 부연구위원은 마지막으로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와 같은 편법 증여에 대해서는 과세 형평성 차원에서 과세를 강화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고 최근 이슈가 된 공익법인에 대해서도 세제지원을 하되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 세부담 회피와 관련 없는 규제는 완화하는 방안 등에 대해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주제발표 후 이어진 토론에서는 상속·증여 세제 전반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김완일 세무법인 가나 대표세무사는 "가업상속공제의 사후관리 요건 중 고용 유지 조건이 너무 까다롭다"며 "고용 유지 기준을 고용원 숫자로만 판단하기보다는 독일처럼 인건비 총액을 기준으로 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종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가업상속공제의 취지가 중소기업을 잘 키워 중견, 대기업으로 성장시키자는 것"이라며 "사후관리 요건을 너무 엄격하게 하기보다는 법안의 취지에 맞게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비 증진을 위해 증여세 공제 한도를 올리는 방안에는 찬반 의견이 모두 나왔다.
고령화가 되면서 일각에서는 사후에 어차피 자녀에게 물려줄 돈을 부모세대가 끝까지 갖고 있기보다는 생전에 소비 성향이 높은 자녀세대에 증여를 많이 하도록 증여세 공제 한도를 높여주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이준규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상속세가 증여세보다 부담이 적어 세대 간 부의 이전이 늦어지는 측면이 있다"며 "상속세보다 증여세 부담을 낮추면 부의 이전이 빨라지고 소비도 늘어날 수 있으니 시도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반면 윤지현 서울대 교수는 "증여세 공제 한도를 올린다고 해서 얼마나 소비가 늘어날지 의문"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윤 교수는 "상속·증여세는 세수 효과보다는 공평 사회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들어있는 세제인데 공제 한도를 올려 사회적으로 불공평하다는 인식만 키우고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만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박훈 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배우자에게도 상속세를 물리는 것은 상속세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을 냈다.
박 교수는 "상속세의 취지가 다음 세대로 무의 무상이전을 막기 위한 것으로 같은 세대인 배우자에게도 상속세를 물리는 것은 상속세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오히려 배우자 상속 공제액만큼 유산세 총액이 줄어 자녀에게 혜택이 주어지는 효과가 난다"고 말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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