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건설 잠정 중단 결정으로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탈(脫) 원전'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기간부터 주요 공약으로 내걸고 야심 차게 추진해온 정책이지만, 다양한 이해와 비용, 중장기 전력수급 등의 문제가 맞물리면서 찬반양론이 엇갈리고 있다.
여러 논란거리 중 국민 생활에 가장 밀접한 문제는 전기요금이 어떻게 될 것인가다.
신고리 5·6호기를 비롯해 공정률이 낮거나 아직 건설 준비 중인 원전을 폐지할 경우 대체 전력이 필요해진다.
정부는 대체 전력으로 천연액화가스(LNG)와 신재생 에너지 등 친환경 에너지를 제시했다.
환경과 안전을 고려한 선택이지만, 이들 에너지의 발전단가는 원전보다 높아서 자칫 전기요금 인상을 통해 국민이나 기업에 비용이 전가될 수 있다.
신재생 에너지 단가는 지난해 기준 kWh당 186.7원으로 원자력(67.9원)이나 석탄(73.9원)의 2배 이상이다.
입법조사처가 자유한국당 최연혜 의원의 의뢰를 받아 작성한 '탈원전 시나리오에 소요되는 비용 추계' 보고서를 보면 신재생 에너지를 통한 발전량을 2035년까지 현재 수준보다 17%가량 늘리면 163조∼206조원의 발전비용이 더 든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정부의 탈원전·석탄 시나리오가 구현될 경우 발전비용은 2016년보다 약 21%(11조6천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실제로 우리나라보다 먼저 탈원전 정책을 시행한 독일과 일본의 경우 전기요금이 20% 안팎 상승했다.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은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에서 받은 자료를 토대로 신고리 5, 6호기를 타 발전으로 대체할 경우 최대 10.8%의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전기요금과 관련해선 말을 아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지난 28일 청와대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방의 한 과정이라고 보기 때문에 지금 당장 반박이나 해명은 하지 않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현재로썬 국민 부담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산업용 전기요금을 손댈 가능성이 크게 점쳐진다.
지난해 누진제 논란에서 경험했듯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주택용 전기요금에 손을 댄다면 거센 저항에 부딪힐 수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고리 1호기 퇴역식 행사에서 "산업용 전기요금을 재편해 산업 부문의 전력 과소비를 방지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캠프에서 환경에너지팀장을 맡았던 김좌관 부산 가톨릭대 환경공학과 교수 앞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주말이나 심야에 쓰는) 경부하 요금 인상을 통해 전기사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으로 기업의 생산비가 증가할 경우 제품가격이 오르면서 결국 소비자에게 부담이 넘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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