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 추락해 중상 입고 기어서 10㎞ 산악 이동
(타이베이=연합뉴스) 류정엽 통신원 = 대만에서 유명 산악인이 계곡에서 추락해 부상한 몸으로 35일간 산속을 헤매다 극적으로 구조됐다.
29일 대만 자유시보(自由時報)에 따르면 대만 중부 산악지대를 홀로 횡단하던 리밍한(李明翰·29)씨가 등반 중 중상을 입고 험준한 산을 헤맨 지 35일만에 구조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대만에서 꽤 유명한 산악인인 리 씨는 지난달 13일 대만 중부 난터우(南投)에 혼자 입산해 15일간의 일정으로 넝가오하룬(能高哈崙) 코스 횡단을 떠났다. 당초 지난달 28일 화롄(花蓮)현 리위탄(鯉魚潭)에 도착할 계획이었다.
넝가오하룬 횡단은 대만 산악인 사이에서도 초고난도 코스로 알려져 있다.
리 씨는 지난달 22일 다구이(大檜)산 인근 하룬(哈崙)지역 철로를 걷다 미끄러져 20m아래 계곡으로 추락한 뒤 두 다리가 골절된 상태로 하룻동안 정신을 잃은채 쓰러져 있었다.
깨어나보니 폭우로 불어난 계곡물에 위치정보시스템(GPS) 장치가 떠내려가버렸다. 자신이 갖고 있던 2G 휴대전화도 신호가 잡히지 않아 구조 요청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결국 다친 두 다리를 끌고 안전한 철로 쪽으로 피신한 뒤 출발전 준비한 17일치의 식량을 나눠 먹으며 구조를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사고지점은 해발 2천m 높이의 산악지대로 일본통치 시절인 1933년에 벌목장이 생기면서 건설된 목재운반용 철로였다. 당시에도 잦은 사고로 많은 인부들이 목숨을 잃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사고 13일만에 구조헬기 소리를 들었지만 자신을 발견하지 못하자 다음날 기어서 한 봉우리에 올라갔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휴대전화의 신호는 잡히지 않았다.
다시 지난 9일부터 5일간에 걸쳐 다른 봉우리로 기어 올라가 휴대전화로 전화 7통을 걸어 구조 요청을 하는데 성공했다. 봉우리에서 다시 기어 내려와 구조장소인 하룬벌 목장에 이르기까지 5일 정도가 걸렸다.
대만이 이달말로 예정된 2G 통신 서비스를 전면 종료하기 열흘 전이었다.
그가 다친 두 다리를 끌고 구조 요청을 위해 기어간 거리만 10㎞에 이른다. 몸무게는 그사이 10㎏이나 빠졌다.
구조 직후 화롄현 츠지(慈濟)병원으로 옮겨져 인공고관절 수술, 종아리 골수이식 수술, 기관지 삽입수술을 받았다. 수술과 치료를 받은지 8일만에야 조난 경위와 상황을 밝힐 수 있었다.
자신을 침착한 성격이라고 밝힌 그는 "누워있으면 족제비와 원숭이들이 내 몸 위로 올라오곤 했다. 밤에는 영상 10도까지 떨어졌는데 참을만 했다"며 "반드시 살아서 산에서 내려갈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고 말했다.
리씨는 과거 47일간 대만 중앙산맥을 횡단한 경력과 1년의 절반 이상을 산에서 지내는 생활로 대만 등산동호회 사이트에서는 '등산의 신'으로 불리는 전문 산악인이다.
그는 "하루빨리 건강을 회복해 다시 등산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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