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분명 주인공은 따로 있는데 이들이 주인공 같다.
MBC TV 수목극 '군주- 가면의 주인'의 악당 허준호(53)와 KBS 2TV 수목극 '7일의 왕비'의 연산군 이동건(37)이 캐릭터를 '씹어먹는' 연기를 보여주며 주인공들을 압도하고 있다.
허준호는 '군주'에서 조선 팔도의 물을 사유하고 더 나아가 조폐권도 가지려는 악의 무리 편수회의 수장 '대목'을 연기하고 있다. 편수회는 조정 대신들은 물론이고, 왕마저 자신들이 만든 독에 중독시키는 방식으로 장악한다.
허준호는 피도 눈물도 없고, 편수회의 사리사욕만 채우는 '대목'을 무게감 있게 그리고 있다. 10년 전 히트작 '주몽'에서 그가 연기한 '해모수'와 오버랩된다는 지적도 있으나, 50대로 접어든 허준호는 관록을 과시하며 '군주'의 많은 허물을 덮어주고 있다.
주인공을 맡은 유승호의 '미모'와 열연이 극의 절반을 채우고 있긴 하지만 '군주'는 만화 같은 설정과 허술한 스토리로 '유승호 효과'를 극대화하지 못한 채 10~13%의 시청률에 만족해야 하는 상태다.
만일 '대목'마저 약했다면 지금의 성적도 어려웠을 듯한데, 허준호가 카리스마를 뿜어내며 노회한 악당 '대목'을 연기한 덕분에 유승호의 고군분투도 그나마 산다는 평가다.
이동건은 '7일의 왕비'를 통해 섹시하면서도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연산군을 매력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사극 드라마에 가장 자주 등장한 인물 중 하나인 연산군은 광기에 휩싸인 모습으로 대표돼왔다. '7일의 왕비'는 본격적으로 광기에 휩싸이기 전에 사랑과 질투에 빠진 '남자' 연산군의 모습을 상상력으로 구현하고 있다.
이 드라마 속 연산군은 늘 어디로 튈지 모르고 광폭하지만, 마음에 둔 소녀 채경(박민영 분) 앞에서는 주저하고 망설이며 무장해제된다. 심지어 잠깐이나마 성군이 되어보고자 마음먹기도 한다. 이동건은 그런 연산군의 모습을 맞춤옷처럼 소화해내고 있는데, 그 맞춤옷이라는 게 지금까지 어디서도 본 적이 없었기에 더욱 눈길을 끈다.
데뷔 19년 만에 처음으로 사극에 도전한 이동건은 진작에 왜 하지 않았을까 싶을 만큼 사극 속 세상에 잘 어울리는 모습이다. 카리스마 넘치는 난폭한 왕, 사랑하는 여인의 마음만큼은 가질 수 없었던 슬픈 왕을 부드럽게 오가며 긴장감과 애잔함을 동시에 살리고 있다.
멜로의 중심축인 연우진-박민영의 이야기가 잘 살지 못하면서 드라마는 시청률이 4~5%에 머물고 있지만, 이동건의 연산군만큼은 화제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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