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도피교사 혐의는 무죄…"본인 도피 도운 행위는 처벌 불가"
도주 도운 지인들은 실형…은신처 제공한 승려는 집행유예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유죄 선고를 받고 수감 도중 건강을 이유로 구속집행이 정지된 틈을 타 도주했던 과거 '최규선 게이트'의 장본인 최규선씨가 자신의 도피를 도운 이들에게 차명 전화를 만들어 준 혐의로 실형을 추가 선고받았다.
다만 최씨에게 적용된 범인도피 교사 혐의에 대해선 범인 스스로 도피하는 행위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무죄 판단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조형우 판사는 29일 최씨의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도피를 도운 박모씨와 최씨 수행경호팀장 이모씨에게도 징역 1년을, 은신처를 제공한 승려 주모씨에게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조 판사는 "최씨는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휴대전화 6대를 만들었다"며 "도피를 정당화할 수 없고 죄질이 좋지 않아 실형을 선고한다"고 말했다.
다만 범인도피 교사 혐의에 대해선 "최씨가 혼자서는 움직일 수 없었고 공범들을 통해 도피 자금과 대포폰을 만든 건 인정된다"고 지적하면서도 "(판례와 법리상) 스스로 도피한 것을 처벌하지 않는 이상 타인에게 자신의 도피를 교사한 행위도 처벌할 수 없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판례상 범인이 스스로 도피하는 행위는 처벌되지 않고, 그에 따라 도피를 위해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 역시 처벌되지 않는다. 다만 이런 경우라 해도 합리적으로 인정되는 수준을 넘어 방어권 남용까지 나아갔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범인도피 교사죄가 성립한다는 게 대법 판례다. 형법은 '친족 또는 동거의 가족이 본인을 위하여 범인은닉·도피죄를 범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는 친족 간 특례 조항을 두고 있다.
조 판사는 박씨와 이씨에 대해선 "치밀하고 조직적인 방법으로 최씨를 도피시켜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 최씨에 대한 충성심으로 법을 거리낌 없이 위반했다"고 질타했다.
최씨는 자신이 운영한 업체의 회삿돈 430억여원을 횡령·배임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지난해 11월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2심 진행 중이던 1월부터 건강 악화를 이유로 구속집행이 정지됐고, 서울 강남의 한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다가 4월 6일 도주했다.
박씨는 최씨의 도주 이후 줄곧 동행하며 차를 운전하고 도피자금 관리, 식사·간병 등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최씨에게 검찰 추적 상황을 보고하고 도피자금 4천만원과 대포폰 6대를 제공했다.
최씨는 도주 14일 만에 전남 순천의 한 아파트에서 붙잡혔다. 이 아파트는 승려 주씨가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씨는 김대중 정부 시절 3남 홍걸씨와의 친분을 이용해 기업체 등으로부터 뒷돈을 받아 챙겨 파문을 일으킨 '최규선 게이트'의 장본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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