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유물 쏟아진 도봉서원…'儒佛 상생형' 복원 가닥

입력 2017-07-03 08:12  

불교 유물 쏟아진 도봉서원…'儒佛 상생형' 복원 가닥

용역서 '佛 유물 전시+儒 서원 복원' 제안…11월까지 추가 발굴 조사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유교 서원을 복원하려고 발굴 조사를 벌였더니 놀랍게도 불교 유물만 '우르르' 나왔다. 알고 보니 폐사(廢寺)된 어느 절터에 서원을 세운 탓이었다.

이곳은 바로 서울 도봉산 자락에 자리한 '도봉서원'이다.

우리 역사 속 유불(儒佛) 성쇠와 갈등을 집약적으로 나타내는 이 서원 터가 몇 년 뒤면 종교 간 상생의 상징으로 다시 태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3일 문화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작년 말 '도봉동 404번지 일대 유구·유물 발굴지 역사성 정립 학술용역' 최종 결과를 보고 받고, 앞으로의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도봉서원은 선조 6년인 1573년 정암 조광조(1482∼1519)를 향배하기 위해 건립됐다.

이후 임진왜란 때 소실됐다가 복원됐지만, 19세기 후반 '서원 철폐' 정책으로 다시 사라지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해방 후 일부가 다시 복원됐고, 2000년대 이후 유교계의 요청으로 서원을 온전히 다시 세우려고 추진하던 차에 2012년 불교 유물이 쏟아져 나와 '올스톱' 된 상태다.

유교계는 도봉서원 복원이 오랜 숙원사업인 만큼 서둘러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불교계는 발굴 조사를 더 철저하게 해 혹시 모를 유물을 더 찾아내야 한다고 맞섰다.

이처럼 두 종교가 입장을 첨예하게 달리하면서 시는 이 일대에 얽힌 역사적 사실을 먼저 밝혀보자는 취지에서 학술용역을 의뢰한 것이다.


용역 보고서는 2012년 출토된 유물이 고려에서 조선 초 사이의 것으로 밝혀졌다는 이유 등을 들어 도봉서원은 고려 시대 때부터 있던 어느 절터 위에 세워진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곳은 조선 시대 들어 사세가 약해짐에 따라 일종의 '터' 상태로 있던 중에 1448∼1450년 '영국사(寧國寺)'라는 절이 세워져 나름 중흥기를 맞았다. 하지만 1530∼1573년 폐사되는 운명을 맞고, 1573년 도봉서원이 세워지게 됐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영국사의 정확한 폐사 원인을 밝히기는 어렵다"며 "(억불 방향의) 불교시책 변화와 맞물려 폐사됐을 수 있다. 현재로써는 도봉서원의 창건 기록대로 1573년에는 '터'로 남아있게 됐다는 점만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2012년 발굴된 유구·유물은 도봉서원이 아닌 영국사의 것이라는 점도 명확히 했다.

보고서는 "발굴된 청동 유물 77점의 제작 시기와 유물 노출 위치, 그리고 이들 유물이 불구(佛具)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유적이 도봉서원과 관련됐을 가능성은 전무하다"며 "이 지역 유물은 위로는 고려, 아무리 내려 잡아도 16세기 전반의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고려∼조선 초 유구와 유물이 출토됐는데도 정작 불과 백수십 년 전 철폐된 도봉서원의 흔적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보고서는 "당시 서원의 건물들을 허물 때 나오는 기와와 목재 등은 건축 자재로 재활용하곤 했다"며 "도봉서원의 철폐 당시 기록은 찾기 어렵지만, 마찬가지로 건물을 훼손·철거한 뒤 자재를 반출하는 과정을 거쳤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보고서는 이어 도봉서원의 복원 방향으로 영국사 유구·유물·발굴지를 중심으로 불교 유물 전시실을 따로 마련하고, 도봉서원의 주요 시설을 복원하는 절충안을 제안했다.

불교 유물도 보존하고, 동시에 서원의 핵심 기능을 되살릴 수 있도록 해 '유불 상생'을 꾀하자는 취지다.


이런 내용의 보고서를 받아 든 서울시는 후속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용역 결과로 나온 '상생'을 키워드로 한 복원의 큰 방향에는 공감을 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실현 방안을 두고서는 종교계의 입장이 갈리고 있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에 앞서 논의를 충분히 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는 최근 도봉구에서 이 일대를 대상으로 추가적인 시굴조사가 시작된 만큼, 11월께 그 결과를 보고 구체적인 방향을 가늠해볼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유불이 상생하는 방향으로 복원한다는 원칙에 따라 내년에는 협의가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ts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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