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녹음기·게임 콘솔 시장 사실상 붕괴, "시계·지갑도 사라지는 추세"
"향후 10년 내 아이폰 대체할 단일 기기 없을 것"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 2007년 6월 29일(현지시간) 미국 시장에 아이폰이 출시된 후 꼭 10년이 지났다. 미국 언론들은 29일 '아이폰 10년'의 의미를 짚어보는 기사들을 쏟아냈다.
IT 전문매체 더버지는 "향후 10년간 아이폰만큼 영향력과 파괴력을 지닌 단일 기기는 결코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아마존 에코, 구글 홈 같은 음성 AI 스피커 시장이 뜨고 있지만 향후 수년 동안 대부분의 가정에 이 기기가 보급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고 더버지는 전망했다. 또 AI 스피커 역시 스마트폰과의 연동으로 작동되는 기능이 훨씬 더 많아서 '독립성'면에서 아이폰에 비할 바는 아니라는 것이다.
스마트 워치나 블루투스 같은 액세서리는 스마트폰의 기능을 여러 면에서 대신하고 있지만, 여전히 스마트폰의 액세서리로 존재할 가능성이 크고, 증강현실(AR) 기기나 헤드셋 역시 스마트폰을 통해 작동하는 방식이 주류이며 단일 종목으로의 성장은 최소 10년 이내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더버지는 전했다.
CNN 방송은 "10년의 기간 동안 아이폰은 많은 산업을 더 좋거나 더 나쁘게 변화시켰다"며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강력한 컴퓨터인 아이폰은 종이 지도, 카메라, 녹음기, 시계, 손바닥 크기의 게임 콘솔, MP3 플레이어 등을 사라지게 하거나 존재 가치를 떨어뜨렸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해 전 세계에서 팔린 카메라는 2천400만 대가량이다. 그러나 아이폰이 출시된 해에는 1억40만 대의 카메라가 팔렸었다. 녹음기 역시 우리의 삶에서 스마트폰의 한 애플로 전락한 지 오래됐다.
한때 미국 최대 종이지도 제조업체였던 샌본은 이제 자율주행차에 들어가는 디지털 매핑으로 사업을 전환하고 있고, 그보다 규모가 작은 스와인 같은 회사는 폐업했다.
홈 스크린에 시계를 넣은 아이폰으로 인해 손목시계도 사실 그 필요성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다만 시장 규모로 보면 시계는 여전히 매년 12억 개 이상 팔린다고 한다. 하지만 애플은 손목용 컴퓨터인 애플 워치가 롤렉스나 오메가와 같은 고급 시계회사의 고객을 흡수하길 희망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그뿐만 아니라 아이폰은 이제 우리 일상에서 지갑을 대체하고 있다. 2015년 출시된 애플 페이를 통해 신용카드나 현금 대신 아이폰을 통해 제품을 사거나 서비스 비용을 지불하는 경향이 확산하고 있다. CNN은 "결제 환경의 주요한 기술적 업데이트가 좀 더 필요하긴 하지만, 아이폰이 지갑을 점차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CNN은 그러나 "아이폰을 전적으로 스티브 잡스의 천재성의 결과물이자 혁신의 제품으로만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이미 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던 여러 트렌드를 정교하고 철저하게 조합하고 집행한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종이지도 회사인 스와인의 한 관계자는 CNN에 "모든 산업에서 오는 것이 있으면 가는 것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며 "자동차가 처음 나왔을 때 마차와 말 채찍을 만드는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kn020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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