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마시술소 여성 끌어들여 술자리 후 동침 유도
(화성=연합뉴스) 최해민 기자 = 과거 함께 일한 적 있는 후배가 업무상 있었던 불법행위를 폭로하겠다는 얘기를 듣고, 안마시술소 여성을 동원해 성폭행범으로 몬 일당이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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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경찰에 따르면 강모(24)씨는 지난 2월 3일 밤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한 술집에서 친구 오모(24)씨와 술을 마시다가 우연히 김모(24·여)씨 등 여성 2명과 합석하게 됐다.
이튿날 새벽까지 술을 마시다 김씨와 함께 모텔에 투숙한 강씨는 수원남부경찰서로부터 출석 통지를 받았다. 김씨가 "성폭행당했다"고 신고를 했기 때문이다.
강씨는 "억울하다"라고 항변했지만 김씨의 진술은 일관됐다.
경찰은 CCTV 영상에서 강씨가 술 취한 김씨를 끌고가는 장면을 확보한데다, 강씨가 지난해 직장 동료 여성을 성추행해 구속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점 등을 감안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보강수사를 지휘했다.
이에 강씨는 3월 23일 김씨를 무고 혐의로 김씨의 주소지인 화성동부경찰서에 고소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당시 술자리에도 없었던 강씨의 선배 천모(27)씨가 김씨와 수차례 통화한 내역을 찾아내 무고를 의심하던 중 한 참고인으로부터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게 된다.
3월 말께 강씨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성폭행범으로 몰렸는데 어떻게 하면 될까요"라는 질문을 올렸는데, "빨리 인정하고, 선처를 구하라"라는 답변을 단 사람과 전화통화를 했는데, 다름아닌 강씨와 친분이 있던 선배 A(26)씨 였던 것.
A씨는 "사실은 오씨가 인터넷에 올라온 글에 답변을 달아달라고 부탁해 달았는데 상대가 너인 줄은 몰랐다"라며 "아무래도 (오씨가) 너에게 누명을 씌우려는 것 같으니 절대 혐의를 인정하면 안 된다"라고 말해줬다.
또 A씨는 오씨 등과 통화하면서 이들이 강씨에게 누명을 씌우려 한 대화 내용이 담긴 녹취파일을 경찰에 전달했다.
강씨는 오씨와 대화하면서 "모텔 안에서 김씨랑 웃으면서 찍은 사진도 있다"라고 하자 "나중에 불리해질 수 있으니 빨리 삭제하라"는 조언을 들은 기억도 떠올렸다.
강씨가 복원해달라고 요청한 휴대전화 사진은 결국 '복원 불가'로 나왔으나 증거는 충분했다.
무고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과거 강씨, 오씨를 데리고 대부업을 하던 천씨는 사업을 접으면서 강씨를 다른 곳에 취직시켰다.
그런데 강씨가 여직원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뒤 집행유예로 풀려나 재차 취직시켜달라고 요청하자 천씨는 돕지 않았다.
앙심을 품은 강씨는 오씨와 술을 마시면서 "대부업 할 때 불법행위를 폭로할까 싶다"라고 수차례 얘기했고, 이 얘기는 오씨를 통해 천씨 귀에까지 들어갔다.
이에 천씨는 올해 1월 오씨 등과 함께 강씨를 성폭행범 누명을 씌울 범행을 모의했다.
강씨와 동침한 김씨는 오씨가 안마시술소에서 알게 된 여성으로, 150만원을 주고 범행에 끌어들였다.
이 사건으로 천씨와 오씨, 천씨의 친구 채모(27)씨가 구속기소됐고, 김씨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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