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안 찬성률↓ 주주제안↑…당국 감독강화 영향도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 일본 주주총회의 풍경이 확 바뀌었다.
경영진 선임안에 대한 반대표가 늘어나고 주주들의 발언 강도가 세지는가 하면 주총 시간도 길어졌다.
'거수기'나 '박수부대'라는 과거의 오명을 털어내는 모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30일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3월결산 법인의 올해 주총이 몰린 '슈퍼 주총 데이'인 지난 29일에는 707곳이 정기주총을 개최했다. 그러나 이번 주총 집중일에 주총을 연 기업의 비율은 전체의 29.6%에 그치며 눈에 띄게 떨어졌다. 주총 집중일에 개최된 비율이 30%를 밑돈 것은 1983년 이후 처음이다.
여러 기업의 주식을 가진 주주들을 배려해 주총 개최일을 분산하려고 노력한 결과다.
경영진에 대한 시선도 깐깐해졌다. 최고경영진 선임 의안에 대한 찬성률이 추락한 점이 그 예다.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에 의하면 닛케이평균주가 구성 225사가 2016년 7월∼2017년 6월28일 개최한 주총에서 경영진 선임 의안 찬성률이 하락한 기업의 비율은 68%다. 전년의 53%에 비해 상당히 늘었다. 기관이나 개인 모두 거수기, 박수부대를 벗어나며 반대표가 늘어난 셈이다.
과거에는 90%대 후반의 압도적 찬성률이 흔했지만 올해는 60%대도 나왔다.
주총 80% 이상에선 주주발언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기업도 진지해지며 주총 평균시간은 60여분으로 늘었다. 경영위기를 맞은 도시바가 28일 개최한 주총은 3시간 넘게 이어지기도 했다. 박수 치는 주총은 '유물'이 됐다. 주총이 주주와 기업이 정면 대치하기도 하는 마당이 되고 있다.
언론들은 "주총이 1년간 경영성적을 엄격하게 심사하는 장으로, 일방통행식에서 벗어났다"고 진단했다.
모두 부결되기는 했지만 다케다약품공업, 호쿠리쿠전력, 시코쿠은행 등의 주총에서는 사장을 거친 이들을 고문이나 상담역으로 두는 관행을 없애자는 주주제안이 나왔다.
기업들도 주주의 반발을 의식하면서 총회 전에 기업 측에서 의안을 철회하는 움직임도 있었다. 기업과 주주가 대화하는 환경이 정비되면서 기업이 주주의 지적을 가치향상으로 연결하려고 해서다.
주총 긴장감이 높아진 배경에는 금융청이 2014년에 제정한 지침인 '스튜어드십 코드'가 있다. 신탁은행, 생명보험, 자산운용사 등의 기관투자가에게 운용기업의 엄격한 경영감시를 요구했다.
지침은 중장기적으로 기업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투자가가 기업과 확실히 대화를 하는 것"을 요구한다. 금융청은 지침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기관투자가에게는 주총 의안 찬반을 공개하도록 했다.
공개하면 기관투자가도 찬반 판단의 타당성이 문제되기 때문에 더 많이 기업과의 대화를 하게 된다. 기관투자가가 기업과 긴장감을 가져야 기업을 성장시켜 자금운용을 맡긴 고객이익의 증대로 연결된다.
tae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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