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골프연습장 주부 납치·살해' 사건 공범 중 한 명으로 최근 구속된 심모(29)씨 진술은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경찰은 현재 납치·살해 모의부터 실행까지 전 과정을 심 씨 진술로 파악 중이다.
달아난 6촌 형 심천우(31)와 그의 여자친구 강정임(36·여)을 검거하지 못했기 때문에 사건 관련한 정보는 대부분 심 씨 입에 의존하고 있다.
문제는 심 씨가 납치·살해극의 주범이 아닌 종범에 가까운 데다 일당 가운데 경찰에 조기 검거된 피의자 특성상 자신에게 유리한 진술이나 거짓말로 아직 잡히지 않은 수배자들에게 책임 떠넘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심 씨 진술에 따르면 그는 올 6월 초 심천우로부터 '100만원을 줄 테니 운전만 해라'는 제안을 받고 범행에 가담했다.
범행 당일인 지난 24일 창원시내 한 골프연습장 주차장에서 A(47·여)씨를 납치한 이들은 경남 고성으로 도주했다.
경찰이 확보한 폐쇄회로(CC)TV나 피의자 인적사항 등을 고려하면 여기까지 진술은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 석연찮은 대목은 그 다음부터다.
A 씨는 고성의 한 버려진 주유소에서 살해당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심 씨는 A 씨가 살해당한 사실을 알지 못했으며 살해 현장에도 없었다고 진술했다.
그저 A 씨 시신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마대를 심천우와 함께 버렸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 진술이 사실이라면 심 씨는 처음부터 '납치·살해'가 아닌 금품을 노린 단순 납치극으로 얘기를 듣고 범행에 가담한 것이 된다.
그렇다면 A 씨가 갑자기 사라진 상황에서 뭐가 들었는지 묻지도 않고 마대를 버리거나 계획과 달리 사람이 죽었음에도 일당을 계속 따라다니며 돈을 인출한 정황은 쉽게 납득하기 힘든다는 분석이 나온다.
심 씨도 A 씨 살해에 가담했거나 적어도 A씨 살해 계획은 인지한 상황에서 역할분담을 통해 동조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은 그래서 제기된다.
살인이 아닌 단순 강도극의 공범으로 법적 책임을 최소화하고자 거짓 진술을 했을 수 있다.
범행 동기도 의문이다. 심 씨가 6촌 형과 어릴 때부터 친한 사이였고 살해 계획은 몰랐다 하더라도 며칠 전부터 현장을 답사하며 치밀하게 계획한 납치·강도극을 벌이기엔 100만원은 적은 대가로 보이기 때문이다.
경찰은 서울에서 심 씨가 생활고로 적은 액수에도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나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심 씨가 A 씨 살해에는 책임이 없다고 진술했지만 경찰은 일정 정도 연루된 것으로 보고 살인강도 혐의로 구속했다.
결국 '골프연습장 주부 납치·살해'의 정확한 전말은 주범격인 심천우가 잡혀야 파악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은 자신의 책임을 줄이기 위해 거짓말을 하거나 책임을 공범에게 떠넘기는 경향이 있다"며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서라도 주범 검거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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