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의 '성지' 있는 대도시 함부르크서 개최…최대 10만명 결집 예상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내달 7∼8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현지에서 어느 때보다 격렬한 반대 시위가 예상된다고 AFP통신 등이 30일(현지시간) 전했다.
주요 국제 정상회의 때마다 각종 과격시위가 열리는 것은 이미 '전통'처럼 된 지 오래지만, 이번에는 회의 장소 등 여러 면에서 더욱 격렬한 시위와 충돌이 예고된다.
무엇보다 최근 국제정상회의들이 다소 외딴 지역에서 개최됐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독일 제2의 도시이자 유럽의 최대 무역 중심지 가운데 하나인 함부르크에서 열린다는 점에서 그렇다.
특히 함부르크는 자본주의에 반대하는 좌파 운동의 상징과도 같은 '로테 플로라'가 있는 곳이다. 과거 공연장이던 이곳은 1989년 대안 문화·정치 행사장으로 변모한 이후 전쟁, 핵, 기후변화, 인종차별, 대기업 등에 반대하는 시위대의 '성지'가 됐다.
G20 정상회의 회의장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로테 플로라와 함부르크 곳곳은 이미 몇 달 전부터 G20을 저지하겠다는 포스터와 현수막, 스티커, 그라피티로 도배됐다고 AFP는 전했다.
이번 회의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참석한다는 점도 유럽 전역에서 시위대가 집결할 요인으로 꼽힌다.
G20 정상회의를 닷새 앞둔 내달 2일부터 폐막일인 8일까지 예고된 시위만 30차례에 이른다.
여기에는 최대 10만 명 이상이 참가할 것으로 시위 주최 측은 예상하고 있다.
경찰은 이 가운데 8천여 명은 강경 좌파로, 회의 저지를 위해 폭력을 사용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은 회의 전날 "지옥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Welcome to Hell)라는 구호를 내건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해당 시위를 기획한 활동가는 "이는 G20의 세계 정책이 기아, 전쟁, 기후 재난 등 지옥 같은 상황에 책임이 있다는 것을 상징한다"면서 시위대는 회의 장소 진입로를 차단할 것이며 경찰에 맞서 전투적 저항도 하나의 선택지로 남겨둘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독일 당국은 회의장 주변에 2만여 명의 경찰을 배치하고 7.8km에 이르는 철제 장벽을 세울 예정이다.
경찰은 터키가 테러 단체로 규정한 쿠르드계 분리주의 무장조직 '쿠르드노동자당(PKK)' 지지자와 에르도안 대통령을 지지자들 간 충돌도 우려하고 있다.
현지 경찰 대변인 티모 첼은 "함부르크 경찰 사상 최대의 임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수 함부르크 주민들은 회의 기간 교통체증과 신원확인 절차, 경찰 헬리콥터 소음 등을 피해 도시를 빠져나가고 있다. 회의장 주변 일부 상점은 창문을 판자로 막는 등 과격 시위에 대비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이번 회의가 시위 도중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로 사망자가 발생한 2001년 이탈리아 제노아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의 재판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위험을 무릅쓰고 함부르크를 회의 장소로 선택한 데 대해 독일 정부는 자국이 투명성과 개방성을 중시한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더불어 시위대에게도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이 허용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트럼프, 푸틴, 에르도안 대통령을 향해 반대 의견을 용인하는 것이 민주주의 근간이라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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