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 1997년 자본금 100억원짜리 벤처캐피탈로 출발한 미래에셋금융그룹이 1일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증권사 샐러리맨 출신들이 창업한 작은 회사는 재벌 계열 회사가 독차지하던 금융투자업계에서 우뚝 서 업계 1위로 올라서는 '신화'를 이뤘다.
미래에셋은 업계 1위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 11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자본금은 100억원에서 1천380배인 13조8천억원으로 늘었다.
8명이던 직원은 1만1천600명으로 증가했고 증권사, 운용사, 보험사의 전체 운용자산(AUM)은 단순 합산하면 368조원에 달한다.
이미 '공룡'이 됐지만 벤처 DNA는 아직 살아있다.
미래에셋은 2015년 12월 옛 대우증권을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영국계 생명보험사인 PCA 생명을 인수했다.
최근엔 네이버[035420]와 1조원 규모의 전략적 제휴를 맺으며 또다시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미래에셋은 전략적 제휴와 함께 파트너십 강화를 위해 상대방이 보유한 자사주를 5천억원 규모로 상호 매입하기로 했다.
금융과 정보기술(IT) 융합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성장 기반을 마련함과 동시에 자사주 상호매입으로 자기자본을 7조원대로 끌어올리는 '묘수'였다.
박 회장은 지난 3월 임직원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4차 산업혁명 아이디어를 가진 회사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글로벌 투자은행(IB)들과 경쟁하기 위해 회사 설립과 인수합병(M&A)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올해 안에 아일랜드 더블린에 글로벌 트레이딩 센터를 설립해 유럽 거점을 마련, 해외 M&A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계획도 세웠다.
그러나 이런 진취적인 성장에도 아쉬움은 남는다.
업계에선 박현주 회장의 강한 리더십 속에서 성장하면서도 지배구조는 지배주주 일가의 가족회사를 중심으로 기형적으로 만들어졌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과거 '재벌 저격수'로 불리며 시민 운동가로 활동하던 시절 "미래에셋그룹의 소유구조와 지배구조는 다른 재벌그룹이 지배와 상속을 위해 써온 각종 편법을 총망라한 것"이라며 "미래에셋 지배구조는 몇 대째 내려온 삼성 등 다른 재벌그룹보다 못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공정위와 금융위원회가 추진 중인 금융그룹 통합감독시스템이 도입되면 사각지대에 있는 비금융 계열사들을 보유한 미래에셋그룹이 가장 먼저 타깃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래에셋그룹은 지배구조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올해 안에 지주회사 격인 미래에셋캐피탈의 증자를 단행하기로 했다.
chomj@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