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울면 덜 창피하고 힘도 되고 그러겠습니다"

입력 2017-07-01 10:00  

"같이 울면 덜 창피하고 힘도 되고 그러겠습니다"

박준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한국 나이로 올해 서른다섯인 시인 박준은 제 설명에 따르면 울보다. 시 속에서 "그 많은 눈물을 흘렸던/ 당신의 슬픔은 아직 자랑이 될 수 있다"('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면서, "아무것에도/ 익숙해지지 않아야/ 울지 않을 수 있다"(문병-남한강)면서 여러 차례 울었다.

2008년 등단 이후 처음 펴낸 산문집에서도 계속 운다. 그의 울음은 눈물을 훔치는 게 아니라, 장례식장에서 육개장에 소주를 마시며 참다가 집에 돌아와서는 "방문을 걸어 잠그고 나서야" 터져 나오는 울음이다. 심지어 꿈에서도 운다.

"그제야 나는 꿈속에서 지금이 꿈인 것을 깨닫고 엉엉 울었다. 그런 나를 당신은 말없이 안아주었다. 힘껏 눈물을 흘리고 깨어났을 때에는 아침빛이 나의 몸 위로 내리고 있었다."

산문집 제목은 첫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에서 한 글자 늘었다.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달라지는 일도 없는데 왜 자꾸 우는지 시인은 말한다. "그래도 같이 울면 덜 창피하고 조금 힘도 되고 그러겠습니다."

사고로 누나를 먼저 떠나보낸 아픔이 있는 시인이다. 타인을 향한 공감이 눈물을 보탤 것이다. 산문집에는 애정으로 가득하되, 성마른 손을 티 나게 내밀지는 않는 마음 씀씀이가 담겨 있다.






시인은 남해의 어느 마을에서 수염 덥수룩한 남자와 뇌졸중 후유증을 앓는 듯한 여자가 하는 분식집에 들어간다. 김치찌개에 조미료를 넣을지를 두고 목소리를 높이는 두 사람을 곁눈질한다. 이번에는 식사를 내온 그들이 시인을 힐끔힐끔 쳐다본다.

단숨에 뚝배기를 비우는 모습에 두 사람은 안심하는 눈치다. "나는 휴지로 입을 닦으며 아이들의 낙서로 가득한 벽면에 '봄날에는 사람의 눈빛이 제철'이라고 작게 적어두고 그곳을 나왔다."

시인은 고인이 된 '선생님'이 술잔을 기울이며 해준 이 말을 삶의 장면마다 불러낸다고 했다. "사는 게 낯설지? 또 힘들지? 다행스러운 것이 있다면 나이가 든다는 사실이야. 나이가 든다고 해서 삶이 나를 가만두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스스로를 못살게 굴거나 심하게 다그치는 일은 잘 하지 않게 돼."

책은 산문집으로도, 시집으로도 읽힌다. 술 좋아하고 사람 좋아하는 시인은 또 운다. "사람을 좋아하는 일이/ 꼭 울음처럼 여겨질 때가 많았다.// 일부러 시작할 수도 없고/ 그치려 해도 잘 그쳐지지 않는.// 흐르고 흘러가다/ 툭툭 떨어지기도 하며." ('울음' 전문)

난다. 192쪽. 1만2천원.

dad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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