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 '대폭 손질' 요구에 우리 정부 '역공' 여지도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 현실화된다면 양국은 첫 협상 못지않은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일 전망이다.
미국 정부는 한국에 대한 무역적자 확대를 문제 삼으며 '공정한 협상'을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기간 한미FTA 재협상에 들어가더라도 '당당한 외교'를 할 것이라고 공언한 만큼 우리 정부 역시 미국 요구를 일방적으로 따라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30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는 한미FTA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과 모두발언을 통해 "지금 한미FTA 재협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와 한미FTA 재협상에 공식 합의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미뤄볼 때 미국 정부 내부적으로 이미 관련 절차에 착수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무역적자가) 지속하는 것을 허락할 수 없다"며 한미 간 무역 불균형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미국이 집중적으로 문제 삼는 품목은 자동차와 철강이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한미 무역 불균형의) 가장 큰 단일 요인은 자동차 무역이며, 미국산 자동차를 수출하는데 많은 비관세 무역장벽이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또 다른 문제는 유정용 파이프와 철강제품 수입 문제인데, 한국은 이 시장이 없어서 전량 수출하고 있다"고 덤핑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따라 재협상에서 미국산 자동차에 대해서는 무역장벽 철폐를 요구하는 동시에 한국산 철강제품은 관세율 인상 등 제재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현재 미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한미FTA를 비롯한 모든 무역협정과 수입산 철강이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 중이다.
이외에도 법률시장 개방, 스크린 쿼터제, 신문·방송 등에 대한 외국 지분 투자 허용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FTA는 미국에는 거친 협정(rough deal)이었다"며 "아주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대폭 개정을 요구할 뜻을 내비쳤다.
만약 재협상에 들어간다고 해도 우리나라가 미국 요구를 일방적으로 들어줄 필요는 없다.
재협상이 타결되려면 쌍방의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우리가 내주는 것이 있다면 그만큼 받는 것도 있게 된다.
또 우리나라 역시 한미FTA와 관련해 요구할 것이 적지 않다.
우리가 오히려 적자를 보고 있는 투자·서비스 분야에서 미국 측의 양보를 끌어낼 수 있다.
한미FTA 체결 당시 논란이 됐던 '투자자-국가소송제'(ISD)도 재논의 가능성이 있다. ISD는 해외투자자가 상대국의 제도에 의해 피해를 봤을 때 국제중재를 통해 손해배상을 받도록 한 제도다.
앞서 문 대통령은 대선 기간 "우리도 우리 이익을 위해 재협상을 요구하고 양국 간 이익 균형을 맞추는 당당한 외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