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의 한 이슬람 사원에서 괴한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경찰관 두 명이 부상했다고 현지 언론이 1일 보도했다.
인도네시아 경찰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 40분(현지시간) 자카르타 남부 팔라트한 모스크에서 경찰관 두 명이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추종자로 보이는 인물에게 공격을 받았다. 경찰청 청사와 가까운 이 모스크에선 연중 최대 명절인 이드 알피트르(라마단 종료 축제) 기간 비상근무에 나선 경찰관들이 저녁 예배를 올리다가 피격됐다.
세툐 와시스토 경찰청 대변인은 "예배가 끝난 직후 한 남성이 '불신자들'이라고 외치면서 대검을 꺼내 좌우의 경찰관 두 명을 찔렀다"고 말했다.
이 남성은 밖으로 달아났지만, 모스크 내에 있던 다른 경찰관에게 따라잡혔고, 흉기를 휘두르며 저항하다가 그 자리에서 사살됐다.
얼굴과 가슴 등을 찔린 경찰관들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목숨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용의자의 신원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작년 1월 자카르타 중심부 탐린 거리에서 IS 추종자들이 폭탄을 터뜨리고 총기를 난사하는 테러를 벌여 민간인 4명이 숨진 것을 시작으로 크고 작은 테러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자마 안샤룻 다울라'(JAD) 등 인도네시아 현지 테러조직들은 경찰과 관공서를 최우선 공격 대상으로 삼는 경향을 보여 왔다.
지난달 24일에는 자카르타의 한 버스 정류장 부근에서 연쇄 자폭 테러가 발생해 경찰관 3명이 숨졌고, 이달 25일에는 흉기를 든 괴한 2명이 북수마트라 지방경찰청 초소를 습격해 경찰관 1명이 살해됐다.
2억6천만 인구의 90%가 무슬림인 인도네시아에서는 2014년부터 2017년 초까지 최소 600명이 IS에 가담하기 위해 시리아행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 경찰은 이런 IS 추종자들이 귀국해 극단주의 이념과 테러 기법을 전파할 가능성을 우려해 왔다. 최근 체포된 IS 추종자의 집에서는 10대 청소년과 어린이들에게 IS 사상을 주입하기 위한 교재가 발견돼 파문이 일었다.
한편, 이번 사건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자카르타 방문 직후 발생했으며 인도네시아 경찰은 오바마와 가족들의 숙소 주변 경계를 대폭 강화했다. 오바마는 1일 오전 자카르타 시내에서 열리는 '인도네시아 디아스포라 회의'에서 퇴임후 첫 아시아권 공개연설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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