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이슈서 '주도권' 확보 성과…한미FTA 재협상 '숙제'(종합)

입력 2017-07-01 10:05   수정 2017-07-01 14:10

한반도 이슈서 '주도권' 확보 성과…한미FTA 재협상 '숙제'(종합)

남북관계·한반도통일·연합방위서 '韓 주도권 지지' 확보 이끌어내

文정부 '북핵 2단계 해법'에 트럼프 행정부 동의 끌어내 '성과'

트럼프 '무역불균형' 개선 요구에 文대통령, TF 구성 제의로 '선방'

한미정상간 신뢰·우의 확고히 다져…트럼프 "그레이트 케미스트리"

(워싱턴=연합뉴스) 노효동 기자 = 30일(이하 미국 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은 양국 정상간에 개인적 신뢰와 우의를 단단하게 다지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데 일차적 의미가 있어 보인다.

양국 정부 모두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고 임기 상당 부분을 같이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상 차원의 '유대'를 쌓은 것은 앞으로 북핵 문제를 포함해 양자·지역·다자 분야의 전략적 공조를 펼쳐나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동력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촛불 혁명'을 등에 업고 정권을 창출한 문재인 정부의 대미·대북 정책 기조를 둘러싼 미국 조야 일각의 불안과 우려를 씻어내는 데 성공한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첫 일정이었던 장진호 전투 기념비 연설을 "훌륭하고 감동적이었다"고 평가한 데 이어 이날 문 대통령과의 단독 정상회담에서 "한국은 우리에게는 아주 중요한 메이저 파트너다. 양국 관계는 매우 강력하다"며 "문 대통령과의 개인적 관계는 '베리 베리 베리 굿'이라고 표현했다"고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전했다.

이어 확대 정상회담에서는 문 대통령과의 관계를 '그레이트 케미스트리'(Great Chemistry. 매우 호흡이 잘 맞는 관계)라고 표현했다고 이 관계자는 강조했다.

이런 맥락에서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 내외에게 올해 안에 한국을 방문해달라고 초청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즉각 수락했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의 이면에서는 서로가 '주고받을 것'을 둘러싸고 치열한 외교적 샅바 싸움이 전개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양국이 정상회담 직전까지 공동성명의 문안조율을 놓고 진통을 겪고, 성명문이 회담이 끝난 뒤 7시간이 넘어서야 발표된 것은 이런 분위기를 방증하고 있다.

◇ 남북대화·한반도통일·연합방위서 '주도권' 확보

이번 정상회담에서 우리 측으로서는 한반도 문제를 풀어가는 데 있어 '주도권'을 확보한 것이 가장 의미 있는 성과로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성명을 통해 ▲남북대화 재개 ▲한반도 평화통일 환경 조성 ▲연합방위태세에서 한국의 '이니셔티브'를 명시적으로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무엇보다도 남북대화를 재개하려는 문재인 정부의 노력을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한 것이 주목된다. 5·24 조치로 남북관계가 경색된 이후 사실상 미국으로 넘어갔던 대화의 주도권을 되찾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로서는 주도적으로 남북대화를 추진해나갈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외교적 여건을 마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 등과 관련한 미국 측의 우려도 상당 부분 해소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맞물려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통일 환경 조성에 있어서도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한반도 통일의 직접적 당사자로서의 지위를 인정하는 동시에 앞으로 북핵 협상과 맞물린 평화체제 구축 논의에서도 우리 정부의 역할에 힘을 실어주는 측면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한가지 의미 있게 볼 대목은 한·미 상호방위조약과 관련한 연합방위에 있어 한국의 주도권을 인정한 부분이다. 양국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대한민국은 상호 운용 가능한 킬체인,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 및 여타 동맹시스템을 포함해 연합방위를 주도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방어, 탐지, 교란, 파괴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 군사능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측이 확장억제력 제공이라는 전통적 개념의 안보 확약이 아니라 한국의 독자적 역량 강화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특히 조건에 기초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조속히 추진한다는 공동성명 내용과 맞물려 주목을 받고 있다.



◇ '북핵 2단계' 접근법 美 지지

우리 측으로서는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북핵 해결에 대한 기본원칙과 접근방식에 대한 '동의'를 이끌어낸 것도 꽤 의미 있는 성과로 볼 수 있다.

제재와 압박을 앞세우며 북핵 해결을 공언해온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문재인 대통령이 구상해온 2단계 접근법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큰 틀의 컨센서스를 형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교부 관계자는 "북핵·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새 정부의 대북정책 방안에 대한 미국 측의 지지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양국 정상이 이번 회담에서 북핵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고위급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저는 북핵 문제 해결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관련 정책을 긴밀히 조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제재와 대화를 활용한 단계적이고 포괄적인 접근을 바탕으로 북핵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이는 단순한 '선언적 합의'를 넘어 '실효적 공조'로 이어질 가능성을 내포한 것으로 분석된다. 양국 정상이 임기 초반 북핵을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데다 한국과 미국이 각각 남북관계와 북미 관계를 지렛대로 삼고 중국의 '역할론'을 공동 압박해나간다면 의미 있는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전략적 인내' 기조를 유지하며 북핵 문제에 사실상 손을 놓았다는 지적을 받는 '박근혜-오바마' 조합과는 확실히 달라진 접근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우리 측이 '핵 동결→핵 완전폐기'로 이어지는 2단계 접근법을 구체화하고 각 단계와 이행과정에 따른 상응 조치를 미국과 긴밀히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보인 가운데 미국 측이 동의 의사를 분명히 함으로써 앞으로 우리 측이 주도하는 북핵 해법 논의가 상당한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러나 한미정상의 공동언론발표가 끝난 지 7시간이 넘어서야 공동성명이 발표될 정도로 '산고'를 겪었다는 점에서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한국이 실질적으로 '운전석'에 다시 앉게 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고비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 트럼프, 노골적 '한미FTA 재협상' 요구에 韓 "합의 없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를 비롯한 '무역 불균형' 시정을 공개적으로 요구함으로써 우리 측이 상당히 부담스러운 '숙제'를 떠안은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사실상 '재협상'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문 대통령에게 한·미 FTA와 무역 불균형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일단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보자"는 선에서 두루뭉술하게 넘어갔다. 배석한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미 FTA는 이익균형이 잘 갖춰진 협정"이라고 당당히 밝히고 "도대체 문제가 무엇인지를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연구하고 조사해보자"고 제의했다.

이에 따라 양측은 한미 FTA 문제와 관련해 고위급 협의체를 구성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상회담에서 한미FTA 재협상에 대한 합의는 결코 없었다"고 전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 언론발표를 통해 "지금 한미FTA 재협상을 하고 있다"면서 "공정한 협상이 되길 희망한다"고 밝혀 '재협상'을 기정사실로 하려는 듯했다.

특히 "양측에 공정한 협상이 될 것"이라면서 "한미FTA는 미국에는 거친 협정(rough deal)이었다. 그것은 아주 많이 달라질 것이고 양측 모두에 좋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한국과의 무역 운동장을 평평하게 하겠다"고도 역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미국 자동차와 철강 분야의 무역손실을 구체적인 수치까지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한·미 FTA 재협상에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국내 정치용이라는 해석이 적지 않다. 사실 미국 중서부 벨트 백인 근로자층의 '반(反) FTA' 정서를 등에 업고 당선된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이후부터 FTA에 따른 무역손실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며 한국 정부를 상대로 지속적으로 '재협상'을 압박해왔다.

최근 러시아 스캔들 등으로 낮은 지지율로 고전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수세에서 벗어나고자 백인 보수 지지층에 먹히는 무역이슈를 다시 들고나왔다는 분석이 나왔다.

물론 우리 정부 역시 미국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반박해왔다. 한국은 상품수지에서만 흑자를 봤을 뿐이고 서비스수지에서는 오히려 미국 측이 유리해 전체적으로 '이익의 균형'이 유지된다는 입장을 누차 강조해왔다.

어찌 됐건 앞으로 한·미 FTA 무역 불균형 문제는 미국 측의 강력한 문제 제기로 사실상 '재협상' 수순으로 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으나 우리 측이 TF 구성을 통해 정확한 현황을 파악해보자고 제의함으로써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확보하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렇게 볼 때 이번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가장 시급한 안보현안인 북핵 해법을 놓고 미국 측으로부터 동의를 이끌어내고,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내 경제 현안인 FTA 문제를 놓고 자국민 앞에서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높인 것은 정치적 실리도 챙긴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직설적인 FTA 재협상 압박에도 문 대통령이 "양국간 경제 협력이 동맹의 미래지향적 발전에 있어 중요한 한 축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통해 양국 국민 모두가 호혜적 성과를 더 많이 누리도록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는 선에서 언급한 것은 '선방'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외교소식통들은 "FTA 이슈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이 직설적으로 밀어붙인 것이 기분 나쁜 측면이 있지만 그런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문 대통령이 나름대로 현명하게 방어했다고 볼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사드 이슈 사전 정리, 정상회담 의제서 빠져

당초 양국 간 이견을 빚을 것으로 예상했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큰 이슈가 되지 못했다.

문 대통령이 29일 미국 의회 지도부를 상대로 사드의 절차적·민주적 정당성을 강조하면서도 사드 배치를 철회 내지 번복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함으로써 미국 조야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성공한 덕분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실리를 중시하고 직설적으로 협상하는 독특한 스타일을 보여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무역 불균형 문제에 이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공정한 방위비 분담이 매우 중요하다"며 방위비 증액 필요성을 제기했다.

rh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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