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사늑약 반대한 한규설 아세요"…재개관한 덕수궁 중명전

입력 2017-07-01 12:56  

"을사늑약 반대한 한규설 아세요"…재개관한 덕수궁 중명전

대한제국 선포 120주년 맞아 전시물 교체, 조경 정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1905년 11월 17일 오후 8시께 덕수궁 중명전(重明殿)에 일본이 특파한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전권대사와 대한제국의 대신들이 모였다.

이토는 이 자리에서 "일본국 정부는 도쿄에 있는 외무성을 통해 금후에 한국의 외국과의 관계 및 사무를 감독 지휘한다"는 조항으로 시작되는 조약 체결을 강요했다.

일본 군인들에게 둘러싸인 중명전에서 대한제국의 대신들은 한 명씩 조약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결국 이튿날 새벽 대한제국 외무대신 박제순과 일본 전권공사 하야시 곤스케(林權助)는 조약서에 날인했다. 일제가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강탈한 '을사늑약'이 체결된 것이다.

약 1년 동안의 공사를 마치고 1일 재개관한 중명전 제2전시실에는 을사늑약의 체결 모습이 생생하게 재현됐다. 기다란 탁자에 이토 히로부미를 중심으로 대한제국 대신과 일제 공사 9명이 마주한 채 앉아 있는 조각상이 전시됐다. 고증을 통해 제작된 조각상은 당시의 긴박했던 분위기를 전한다.

제2전시실 안쪽에는 대한제국 대신 중 참정대신 한규설(1848∼1930)만을 위한 별도의 공간이 마련됐다. 한규설은 을사늑약 체결 때 마지막까지 동의하기를 거부했고, 중명전 마루방에 감금됐다.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은 "을사늑약을 반대한 한규설이란 인물이 있었기에 후손들의 체면이 서는 것 같다"며 "그를 기리는 흉상을 제작해 중명전에 두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덕수궁 중명전은 본래 황실 서적과 보물을 보관하기 위해 세워졌다. 그러다 1904년 덕수궁에 큰불이 나면서 고종이 머무는 편전이 됐다. 일제강점기 이후에는 외국인들이 사용하는 클럽이 됐고, 1960년대부터 40년간은 민간이 소유하기도 한 '비운의 건물'이다.

정부가 2005년 매입해 복원 공사를 거쳐 2010년 일반에 개방했던 중명전은 지난해 8월부터 내부 시설물 교체와 조경 정비를 위해 출입이 통제됐다.

대한제국 선포 120주년, 고종의 헤이그 특사 파견 110주년을 맞아 재개관한 중명전은 구한말 덕수궁의 모습, 을사늑약의 내용과 체결 과정, 헤이그 특사의 역사적 의의를 조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제1전시실에 전시된 덕수궁 축소 모형은 덕수궁의 변화상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대한제국 시기에는 오늘날의 덕수궁 영역 외에도 중명전 영역과 선원전 영역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을사늑약의 부당함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네덜란드 헤이그로 파견된 특사의 여정과 활동 모습을 설명한 제4전시실도 흥미롭다. 서울에서 출발한 이준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이상설을 만났고, 이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이위종이 합류했다. 베를린을 경유해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장에 닿은 이들은 일제의 만행을 전하고자 했으나, 회의 참석에는 실패했다.







박영근 문화재청 차장은 "그동안 건물의 역사적 중요성에 비해 전시물이나 주변 환경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었다"면서 "재개관을 계기로 중명전이 역사교육 장소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중명전을 근현대사의 다양한 사건이 벌어진 정동의 구심점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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