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표 대원고 교사-제자 8명, 24일 서울∼부산 자전거 종주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학교가 주지 못한 성취감을 안겨주고 싶어요"
서울 대원고 국어교사인 홍기표(45) 씨는 아주 특별한 여행을 앞두고 있다.
이달 24일 서울에서 부산까지 약 500㎞ 거리를 학교 자전거 동아리 제자 8명과 떠나기로 한 것이다. 매년 아마추어 자전거 대회와 국토종주를 해왔지만, 제자들과 함께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제지간의 국토종주는 홍 씨의 제안에서 비롯됐다. 사이클에 라이딩 신발, 옷까지 갖춘 제자들에게 넌지시 국토종주 의사를 물어봤는데 모두가 기대 이상의 폭발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2일 연합뉴스 기자와 만난 홍씨는 "'국토종주 한번 해볼까'라고 아이들에게 물었더니 단 한 명도 빠짐없이 나서겠다고 하더라"며 자칫 힘들고 고될 수 있는 여행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결정 났다고 환하게 웃었다.
홍씨는 내친김에 국토종주 계획서를 만들어 교장의 승인과 학부모 동의까지 받았다. 부지런히 뛴 덕분에 유명 사이클 업체의 후원도 끌어냈다.
장도의 계획이 선 뒤로 훈련도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한다.
4월 26일부터 매주 동아리 활동 시간에 2시간씩 페달을 밟았고, 주말에는 서울∼춘천, 한강 아라뱃길 왕복 코스를 달리기도 했다.
그는 "자전거를 탈 때 아이들 눈빛을 보면 (자전거 종주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학교에서 자전거 종주에 나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저도 가면 안 돼요?', '추가 모집 안 되나요?'라며 묻는 학생들이 무척 많았다"고 전했다.
사제간의 여정은 2박 3일이 될 예정이다. 서울에서 출발해 경북 상주와 경남 창녕을 거쳐 부산 을숙도에 도착하는 코스다.
빠르게 페달을 밟는 과정에서 제자들의 체력 관리는 더없이 중요한 부분이다.
홍씨는 종주 기간 선두에서 길을 안내하고 학생 8명은 2개 조로 나뉘어 뒤를 따르기로 했다. 폭염에 대비하고자 의료진 2명도 번갈아 일정에 동참하기로 했다.
그는 "아이들이 힘들어하지 않을까 걱정도 앞서지만 2박 3일간 자전거 바퀴와 하나 된 경험을 한다면 잊을 수 없을 것"이라며 "학교 밖 교육으로 아이들이 평생 기억할 '추억'을 선물하고 싶다"고 말했다.
홍씨는 이번 여행에 '두 바퀴로 꿈꾸는 세상'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사제가 부지런히 두 바퀴를 굴리며 떠나는 아름다운 여행이라는 의미다. 무엇보다 제자들이 국토종주 과정에서 '성취감'이라는 단어 하나를 가슴에 안고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 자신의 꿈을 담았다.
홍씨는 "아이들이 학교 교육만으로는 도전정신, 성취감을 이루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무언가에 도전하고, 이를 이루는 성취감을 맛보게 해주고 싶다"고 했다.
국토 종주에 차별성을 더하고자 '특별한 미션'도 만들었다. 학생들이 자전거로 1㎞를 갈 때마다 100원씩을 자신의 이름이 적힌 저금통에 모으도록 한 것.
홍씨는 "저축한 돈을 어디에 쓸지 아이들이 직접 결정하도록 할 것"이라면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찾고, 이들을 도울 방법을 직접 찾아 나서는 것도 온전히 학생들의 몫"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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