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러제재·무력사용권·국방예산·나토지지 등 엇박자
정부-의회 힘겨루기 관측…"트럼프 외교안보 이해력 의구심 탓"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 미국 여당인 공화당이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백악관의 권한을 억제하기 위한 견제에 나서고 있다고 미국 CNN방송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은 크든 작든 미 의회가 국가 안보 사안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권한을 되찾아 오고 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안보팀을 무시하거나 억누르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의 언행이 전임 오바마 행정부 때보다 더욱 강경한 반응(반발)을 촉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안보정책이 의회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서 의회와 트럼프 행정부 간에 힘겨루기가 진행되고 있다는 해석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러시아에 우호적인 언급을 많이 한 가운데 상원이 지난달 14일 통과시킨 러시아에 대한 새로운 일괄 제재안을 통과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이 법안은 대통령이 기존 대러 제재를 완화하거나 해제하려고 할 때는 의회의 검토를 거치도록 명시, 트럼프 대통령의 대러 제재 완화 시도를 원천 봉쇄했다.
하원 세출위원회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알카에다와 같은 테러단체를 응징하기 위해 대통령에게 부여된 무력사용권(AUMF)을 폐지하기 위한 수정안을 최근 승인했다.
이 수정안이 최종 법안으로 통과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의회의 '무언'의 책망이며, 제어되지 않은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의회의 커지는 불만의 신호라고 CNN은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의회에 제출한 예산안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미군 재건 약속을 이행하기 어렵다는 공화당 의원들의 지적이 나오면서 의회는 트럼프 행정부가 제안한 것보다 300억 달러나 더 많은 예산을 지출하는 3개의 국방 관련 법안을 승인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 국무부 예산을 32%나 삭감한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지만, 공화, 민주 양당 의원들은 이를 무시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미 국무부 예산 삭감은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 상원은 회원국 중 한나라가 공격당하면 전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헌장 5조 집단방위 조항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하는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나토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 방문 당시 집단방위 조항의 준수 의무를 밝히지 않아 회원국들의 우려를 자아냈으며, 지난 9일 루마니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뒤늦게 집단방위 준수 의지를 밝혔다.
미 하원 역시 최근 NATO에 대한 미국의 안보 공약을 확인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공화·테네시)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국가와 카타르 간의 외교전과 관련, 해결을 위한 출구가 마련될 때까지 관련 국가들에 대한 미국의 무기 판매를 막기 위해 위원장의 권한을 사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우디 등의 카타르에 대한 단교와 육·해·공 3면 차단 행동에 대해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중립적 입장에서 외교적 조정을 시도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 등의 편을 들었다.
미 국방부와 국무부 대변인을 지낸 존 커비 전 대변인은 "의회에서 그것도 공화당 의원들 내부에서 복잡한 주요 외교안보문제를 이해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능력과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lkw77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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