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진상조사하고도 비공개…NC·두산 선수 승부조작 은폐 또 되풀이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4년 만에 드러난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김승영 사장과 KBO리그 전 심판위원 A 씨와의 현금 거래는 이제 막 반환점을 돈 2017 프로야구의 최대 악재다.
지난해 NC 다이노스 소속 선수의 승부조작과 두산 소속 투수의 불법 인터넷 도박 사건으로 프로야구 신뢰도가 땅바닥으로 추락한 지 채 1년도 안 돼 또다시 팬들의 믿음을 저버리는 행위가 뒤늦게 알려진 탓이다.
김 사장이 2013년 10월 중순 A 씨의 급전 요청을 받고 개인적으로 300만원을 빌려줬다는 소식이 알려진 2일, 포털 사이트는 두산의 '심판매수', '승부조작', '경기 조작'을 의심하는 험한 말로 뒤덮였다.
어떤 이유라도 구단 관계자가 심판에게 금전을 대여한 것은 분명히 규약 위반이다.
게다가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자체 조사로 관련 내용을 다 파악하고도 이를 공개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NC, 두산처럼 소속 선수의 승부조작과 인터넷 불법 도박 사건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이를 쉬쉬하고 덮다가 사태를 키운 일이 또 되풀이되자 KBO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NC는 소속 선수의 승부조작 사실을 알고도 타 구단 이적을 방조해 큰 비난을 받았다. 두산 역시 선수의 불법 인터넷 도박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경기에 내보내 징계를 받았다.
김 사장과 A 씨의 금전 거래는 '리그 관계자들끼리 돈을 빌려주거나 보증을 서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야구규약 제155조 '금전 거래 등 금지' 조항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다.
지난해 언론 보도로 이 같은 소식을 접한 KBO는 전직 검찰, 경찰 출신 인사들로 조사위원회를 꾸려 각 구단 전·현직 관계자와 심판위원 전원을 상대로 금전 거래 여부를 조사했다.
2013시즌 직후 KBO리그에서 퇴출당한 A 씨를 상대로 직접 조사도 벌였고, 두산 측의 자진 신고도 접수해 전모를 파악했다.
KBO는 A 씨가 직위를 이용해 김 사장을 포함한 야구 관계자들에게 갈취를 일삼아 왔다면서도 심판 개인의 일탈행위로 결론 내렸다.
김 사장이 돈을 건넨 전후 경기 영상을 보고 A 심판의 승부·경기 조작 의혹도 파헤쳤으나 무혐의로 매듭지었다.
KBO는 지난 3월 28일 상벌위원회를 열어 김 사장에게 엄중 경고와 함께 '개인 제재'하는 선에서 일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당시 상벌위원회에서 선수단 관리의 책임을 물어 NC 구단에 5천만원, 두산 구단에 2천만원 등 제재금을 부과한다고 발표하면서도 김 사장의 제재 사실을 공개하지 않아 결국 더 큰 논란을 자초한 셈이 됐다.
김 사장과 A 심판의 현금 거래가 비록 대가성 없고 승부조작과 무관했다 할지라도 명백한 규약 위반인 이상 무너져 내린 팬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차원에서 더욱 투명하게 공개했어야 했지만, KBO는 상벌위원과 내부 인사 몇몇만 공유하는 것으로 무마하려 했다.
일각에서는 당시 김 사장의 현금 거래가 공개됐을 때 야구계에 닥칠 파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KBO의 결정을 이해하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이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승부조작, 심판매수 파문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는 현 사태에 비춰보면 지나친 단견이었음을 알 수 있다.
국내 프로야구의 컨트롤 타워인 KBO가 구단의 비위 은폐 사건으로 여러 차례 여론의 뭇매를 맞았음에도 아직도 구단의 눈치 보기에 급급해 쉬쉬하고 덮고 가면 괜찮을 것이라는 '불감증'에 빠진 탓에 또다시 신뢰의 위기를 스스로 불렀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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