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패배 두 달 안돼 당권…무너진 지지율 회복 우선 과제
내년 지방선거 1차 분수령…일각 '원외대표 한계론' 나와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 난파 상태인 자유한국당의 '구원 투수'로 홍준표 신임 대표가 3일 다시 등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조기에 치러진 5·9 대통령 선거 당시 당의 얼굴로 나서 24% 득표율로 패배한 지 채 두 달이 지나지 않아서다.
대선 직후 미국행을 택한 홍 대표는 전당대회를 한 달 앞둔 지난달 4일 전격 귀국, 일찌감치 대세론을 형성하며 당권 행보에 속도를 냈다.
기반부터 무너진 보수 진영이 전열을 채 갖추기 전에 경선이 치러진 데다 중량급 인사들은 대거 불참하다 보니 '무혈입성'에 가까울 정도로 레이스는 싱거웠다.
정치권 안팎에선 홍 대표가 이제 시험대에 올랐다는 말이 나온다. 받아든 문제 대부분은 손대기조차 어려운 고차방정식이다.
우선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구심을 잃은 자유한국당의 중심을 잡아 세칭 '보수 본류'로서 위상을 되찾는 게 당장의 과제다.
한국당의 지지율은 한국갤럽 조사 기준으로 5월 대선 이후 8∼10% 사이를 맴돌다가 지난달 30일 발표된 조사(지난 27∼29일 전국 성인 1천5명 대상, 신뢰 수준 95%, 오차범위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는 7%로 곤두박질쳤다.
창당 이후 최저다. 바른정당에도 밀렸다.
말 그대로 비상시국에 가동하는 비대위 체제를 벗어나 새 진용을 갖추는 만큼 홍 대표 입장에서는 쇄신의 동력을 확보해 등 돌린 민심을 수습하고 보수 진영을 재건하는 게 무엇보다 시급하다.
옛 새누리당 탈당파가 주축이 돼 만든 바른정당과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는 한편 '적폐 세력' 낙인에서 벗어나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시점인 셈이다.
홍 대표 본인도 전대 기간 내내 "처절하게 반성하고 근본부터 다시 시작하겠다", "한국당의 새로운 출발은 혁신"이라며 쇄신을 강조해 왔다.
무엇보다 싸늘한 민심을 의식한 듯 '친박청산'을 강하게 내세웠다.
당 안팎에선 홍 대표가 '양날의 칼'인 계파 문제를 꺼내 든 만큼 일단 물밑에서 숨죽이고 있는 친박 핵심들과 갈등 관계를 형성하는 게 불가피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다만 홍 대표 본인이 아직 당내 확실한 세력을 규합하지 못한 상황에서 옛 주류인 친박계의 '헤쳐모여'를 도모, 새로운 당내 세력 재편을 시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가 '홍준표 체제'의 성패를 가늠하는 1차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전망이다.
내부적으로는 경선 과정에서 드러났다시피 특유의 거침없는 '직설화법'으로 화합보다는 선명성에 무게를 둔 정치 행보를 보여온 점이 리더십에서 해결해야 할 숙제로 거론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을 기반으로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여권과 관계 설정도 험난하긴 마찬가지다.
그간 보여온 돌파력을 바탕으로 장기적으로는 '강한 야당'으로 자리매김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지만, 한자릿수인 여론이 반등하지 않는 한 오히려 역풍을 맞을 여지가 높기 때문에 당장은 신중하게 수를 놓아야 하는 상황이다.
경남지사를 사퇴하며 대권 레이스에 뛰어들어 당분간 '원외' 대표로서 활동해야 하는 데다, 정치자금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점은 운신의 폭에 제한이 될 수 있다.
홍 대표 본인도 이 같은 점을 염두에 두고 재판에 대해선 일관되게 결백을 주장하며, "정치 활동 무대를 대구·경북으로 한번 옮겨봤으면 한다"며 당의 핵심 텃밭인 TK출마를 시사해 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홍 대표가 내년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질 국회의원 재·보선을 통해 TK에 출마, 지역 기반을 확보한 뒤 차기 대선 가도까지 기세를 몰아갈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kyung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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