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북핵 문제 등 현안 제쳐 놓고 대통령이 어린애 같은 짓" 비판
트럼프 측 "트럼프도 그동안 언론에 두들겨 맞았다" 옹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논란의 영상[출처:유튜브][https://youtu.be/hHvLtn2BhOk]
(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프로레슬러처럼 미 CNN방송을 들어 메어치는 패러디 영상을 트위터 계정에 올려 후폭풍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트위터 계정에 'CNN은 가짜뉴스'라는 의미인 해시태그 '#FraudNewsCNN', '#FNN'과 함께 28초 분량의 영상을 게재했다.
프로레슬링 경기장 바깥에서 CNN 로고가 얼굴에 합성된 남성을 트럼프 대통령이 때려눕히는 장면이 3차례 반복되는 영상이다. 원본은 2007년 트럼프 대통령이 프로레슬링엔터테인먼트(WWE) 쇼에 나왔을 때 영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합성 영상은 며칠 전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에 '트럼프가 가짜뉴스를 쓰러뜨린다'는 제목으로 올라왔다. 누가 만들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영상을 찾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트윗을 올리고서 몇 시간 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트위터에 "부정직한 언론은 우리가 위대한 미국인들을 위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절대 막을 수 없다"고 올렸다.
미 언론단체는 트럼프 대통령이 언론인에 대한 폭력을 조장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언론 자유를 위한 기자위원회'(RCFP)의 브루스 브라운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기자들에 대한 물리적 폭력 위협"이라며 "누구도 그들의 일을 하는 것으로 인해 물리적인 해(害)를 위협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브라운 회장은 "그의 트윗은 대통령이라는 직위 아래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대통령으로서 부적절한 행위라는 점을 꼬집었다.
CNN방송은 성명을 내 "오늘은 미국 대통령이 기자에 대한 폭력을 조장한 슬픈 날"이라고 선포했다.
성명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주 독일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 북핵 위협 문제, '트럼프케어' 법안 처리 등을 준비하는 대신 대통령직의 무게와는 동떨어진 어린애 같은(juvenile) 짓을 했다"고 비판했다.
이날 CNN방송의 주요 프로그램에는 전문가들이 잇따라 등장해 트럼프 대통령의 비뚤어진 언론관을 성토했다.
미 ABC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CNN을 들어 메어치고, CNN이 어린애 같은 짓이라고 맞받으면서 새로운 화염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도 이 논란을 보도한 기사에서 "레슬링 비디오는 비판과 불신을 유발하고 말문을 막히게 했다"고 전했다.
딘 바케이 NYT 편집국장은 "대통령이 일하는 기자를 공격하고, 언론에 대한 분노를 독려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여당인 공화당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꼬집는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벤 세스(네브래스카) 상원의원은 CNN방송 인터뷰에서 CNN방송, MSNBC방송 등 언론 공격을 일삼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대해 "불신을 무기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형편없는 보도에 대해 시민이 논쟁하고 불평할 권리와 불신을 무기화하려는 것 사이에는 분명하고 중요한 구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세스 의원은 "미국 수정헌법은 미국 실험의 박동하는 심장이며, 여러분은 그 안에 있는 자유를 분리할 수 없다"며 언론의 자유를 옹호했다.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는 이날 ABC 방송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언급하며 "가족이 그에게 그만 하라고 말하길 바란다"며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대한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톰 보설트 백악관 국토안보보좌관은 ABC방송 '디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아무도 그 트윗을 위협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도 언론에서 두들겨 맞았기 때문에 대응할 권리가 있다"고 옹호했다.
k027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