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 어린 자녀를 둔 젊은 아빠 경찰관들이 '좋은 아빠 역량 조사'라는 설문 조사에 응한다.
평소 아이와 대화하는 시간, 최근 아이와 여행한 곳, 휴대전화기에 아이 사진이 몇 장 있느냐는 등의 질문마다 아빠 미소를 지으며 거침없이 답을 적어 내려간다.
'아이에게 최근 사랑한다고 말한 것은 언제냐'는 질문에도 쉽게 기억을 떠올린다.
그러던 경찰관들의 표정이 한순간에 얼어붙은 듯 굳는다.
아이 대신 아버지에게 최근 사랑한다고 말한 것은 언제냐는 질문이 나왔기 때문이다.
최근 아버지와 대화한 시간은, 아버지와 여행한 적은, 휴대전화기에 아버지 사진이 몇 장 있느냐는 등 이어지는 질문 공세에 멍한 표정으로 답을 적지 못한다.
부산경찰청 '아버지' 영상[https://youtu.be/_NABX3-D6ho]
그 순간 "000 아빠 000입니다"라는 음성과 함께 나이 든 자신의 아버지가 쓴 영상 편지가 옆 TV 화면에 등장한다.
아버지들은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뒷바라지를 잘 못 해준 게 마음에 걸린다.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입을 모은다.
아버지들은 또 "지금까지 얘기해주지 못했지만 나에게 가장 귀한 아들"이라고 마음속에 담아 뒀던 자식에 대한 사랑을 조심스럽게 드러낸다.
이 영상을 지켜보는 젊은 아빠 경찰관들의 눈가가 촉촉해진다.
"요즘 보니 아버지가 약하신 분이고 외로우신 분인데…."라며 말문을 제대로 잇지 못하는 경찰관도 있다.
'아버지, 사랑으로 시작해 그리움으로 끝나는 그 이름'이라는 문구에 이어 젊은 아빠 경찰관들이 "아들도 사랑합니다"라며 아버지를 향해 두 팔로 하트 모양을 만드는 것으로 4분 58초짜리 영상이 끝난다.
부산경찰청이 몰래카메라 형식으로 만들어 지난 2일 오전 11시 페이스북을 비롯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아버지' 영상이다.
이 영상은 게시한 지 하루 만에 조회 수 62만 건을 넘겼고 1만5천여 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또 871차례 영상이 공유됐다.
"왜 부모님은 항상 '내가 못 해줘서 미안하다'는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다. 아버지 생각하면 눈시울만 붉어진다"는 등의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부산항만공사는 이 영상에 '좋아요'를 한 번 클릭하면 200원, 최대 200만원을 홀몸노인을 위해 기부하기로 했는데 불과 5시간 만에 최대 금액을 채웠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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