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온 탈북여성 수십만명 홍등가 유입에 농촌 신부로 팔려가
(선양=연합뉴스) 홍창진 특파원 = 지난주 미국 국무부가 4년 만에 중국을 '최악의 인신매매 국가'로 공식 지정한 배경에 중국 내 탈북여성 인신매매가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에 온 탈북여성은 국경을 넘자마자 인신매매를 당해 가난한 농부의 아내로 팔려가거나 강제로 사이버 포르노에 동원되고 있다. 북한에서는 1990년대 중반 대기근이 덮친 이후 수많은 주민이 중국으로 향했고, 이 중 3만 명 이상이 한국 등 제3국으로 떠났다.
중국 내 탈북자 지원 비정부기구인 'HHK' 팀 피터스 대표는 "이번 중국에 대한 강등조치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면서 "북·중 접경인 중국 동북 3성의 무법 환경으로 인해 탈북여성에 대한 인신매매가 만연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경을 넘은 수십만 명의 탈북여성이 '적선지대'(홍등가)로 흘러들어가는데 특히 불법적인 '신부 매매' 조직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SCMP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 국무부가 '2017년 인신매매보고서'에서 중국을 수단, 이란, 북한과 마찬가지로 최하위 등급인 3등급 국가로 분류하면서 이런 문제가 더욱 강조됐다고 전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TV 연설에서 "미국은 중국 내 강제 노동, 강요된 구걸, 성적 인신매매 등을 우려한다"며 "강제 노동에는 국제사회의 제재로 인해 현금에 쪼들리는 북한 정부로 임금이 곧장 흘러가는 북한 노동자들의 사례가 포함된다"고 지적했다.
한 보고서는 중국 정부에 대해 "인신매매 징후가 있는지 확인도 하지 않는 탈북자 강제송환을 중지하고 대신 인도주의적 지원과 합법적 대안을 제공하라"고 촉구했다.
일부 탈북여성은 투먼(圖們)강을 건너 중국으로 온 뒤 수차례나 인신매매 당했다. '수진'이라는 이름의 한 탈북여성은 일자리와 보다 나은 생활을 약속한 인신매매범의 꾐에 넘어가 첫 번째 '남편'에게 1천 위안(약 16만9천원)에 팔리기도 했다.
인신매매 당한 탈북여성과 강제 결혼 자녀에게 인도주의 지원을 제공하는 비정부기구(NGO) '크로싱보더스'의 댄 청은 "중국인 아버지와 탈북여성이 낳은 어린이의 정신적 외상을 도와줄 재원이 부족하다"며 "중국 정부가 2009년 일부 탈북여성 자녀에게 신분증을 발행했으나 이들 자녀의 상당수는 국적이 없어 학교에 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청은 "탈북여성 자녀는 모두 가난하게 태어나며 대부분 엄마가 자신을 방치하거나 자취를 감추거나 경찰에 체포돼 소식이 없는 것을 지켜봤다"며 "엄마를 잃는 충격에 더해 북한이 무자비한 국가임을 알게 된다"고 말했다.
복수의 일선 단체에 따르면 북한으로 송환된 탈북자는 강제 노동과 처형에 직면한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중국으로 도망친 북한사람들을 도운 비밀 활동가 조직은 4천800여 ㎞ 거리의 '지하 철도'를 거쳐 한국 등 제3국으로 이들을 무사히 데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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