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연습장' 살해 용의자들 닷새전 서울 잠입해 은신

입력 2017-07-03 15:22   수정 2017-07-03 16:03

'골프연습장' 살해 용의자들 닷새전 서울 잠입해 은신

당시 경찰 1천여명 함안 야산 뒤졌으나 '허탕'…용의자들 모텔에 장기투숙

경찰 들이닥치자 문 잠근 채 10분간 버티다 스스로 열고 시인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경남 창원 골프연습장에서 40대 주부를 납치해 살해한 용의자 2명은 일찌감치 경찰의 추격을 따돌리고 서울로 잠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중랑경찰서 강력반 형사들이 3일 오전 10시 10분께 중랑구 면목동 한 모텔에서 은신하던 심천우(31)·강정임(36·여)을 붙잡아 조사해보니 이들은 지난달 28일 해당 모텔에 '장기투숙'을 한다면서 체크인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는 경찰이 두 용의자에 대해 공개수배를 결정하고 동시에 경력 1천여명을 투입해 함안과 마산, 진주 일대를 집중적으로 수색하던 시점이었다.

같은 달 27일 공범인 심천우의 6촌 동생 심모(29·구속)씨를 함안에서 긴급체포한 경찰은 두 용의자가 차량을 버린 함안 야산 인근에 은신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다음 날인 28일 대규모 인력을 동원해 수색 작전을 전개한 것이다.

경찰은 일주일간 경남지역 빈집과 무인텔, 야산 등지를 샅샅이 훑으며 집중 수색을 벌였지만, 소재파악에 난항을 겪었다.

경찰은 이날 오전까지도 이들이 경남지역을 벗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보고, 야산 일대 수색을 펼쳤다. 또 전국 각 지방경찰청에 일제 수색을 지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두 용의자가 서울에서 검거됨에 따라 필요 없는 곳에서 경찰력을 낭비한 셈이 됐다.

경찰은 이들이 범행 직후 머리 모양을 바꾼 최근 사진까지 확보해 전단을 새로 제작하기도 했지만, 전날 밤 '모텔에 투숙한 남녀가 의심스럽다'는 신고를 접수할 때까지 두 용의자의 서울행을 인지하지 못한 것이다.

검거 당시 이들의 모습은 경찰이 새로 제작한 전단 사진의 인상착의와 매우 비슷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출동했던 강력계 형사들이 이들을 보고 단번에 용의자임을 알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심천우와 강정임은 닷새 전 모텔에서 일주일 숙박료를 선지급하고 전날 오후 8시 40분께 퇴실했다가 자정을 넘겨 이 모텔로 다시 돌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애초 얘기했던 숙박 기간이 이틀이나 남았음에도 일찍 퇴실한 점을 수상히 여긴 모텔 관계자의 신고가 검거의 실마리가 됐다.

경찰은 밤새 폐쇄회로(CC)TV를 분석하고 인근에서 탐문·잠복 수사를 벌여 이튿날인 3일 오전 10시 10분께 해당 모텔 객실에서 이들을 체포했다.

이들은 경찰이 들이닥치자 문을 걸어 잠근 채 10분간 버텼지만, 경찰의 설득에 스스로 문을 열고 자신들이 범인임을 시인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객실에서는 옷이 들어있는 쇼핑백 1개가 발견됐다.

중랑경찰서 관계자는 "창원서부경찰서에서 용의자 신병 인계를 위해 서울로 올라오는 중"이라며 "서울에서는 범행 행적이나 인출한 돈에 대해 수사는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들은 이날 오후 중랑경찰서 유치장으로 이송되면서 '혐의를 인정하는가', '범행 동기는 무엇인가' 등의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p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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