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비만 오면 속살 드러낸 절개지서 토사가 폭포처럼"

입력 2017-07-04 15:04  

[르포] "비만 오면 속살 드러낸 절개지서 토사가 폭포처럼"

(파주=연합뉴스) 노승혁 기자 = "속살을 훤히 드러낸 절개지에서 비만 오면 토사가 폭포처럼 흘러내려 불안하기만 합니다."




지난 주말 내린 장맛비로 3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축현리 한 펜션 조성 단지 곳곳에는 물줄기가 흘러내려 물길이 곳곳에 나 있었다.

단지 가운데에 산사태 방지용 길이 70여m, 폭 20여m의 비닐과 헝겊이 덮여 있었지만, 비닐은 바람에 날려 펄럭이고 있었고 물을 흠뻑 머금은 헝겊도 곳곳이 땅속으로 움푹 들어가 있었다.

비닐과 헝겊을 고정해 놨던 돌덩이 일부도 나 뒹굴고 있었다.

마을 입구에서 만난 주민 신헌준(47)씨는 "몇 해 전 건축 업자가 마을 뒷산에 펜션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땅을 사 산을 깎았는데 분양이 잘 안 됐는지 속살만 훤히 드러내 놓고 추가 공사는 없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단지 바로 앞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김 모(58) 씨는 "지난밤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져 한숨도 못 잤다"라면서 "멀쩡한 산을 다 밀어놓고, 건물들이 들어서지 않아 비만 오면 토사가 폭포처럼 흘러내려 산사태가 날 것 같아 노심초사"라고 말했다.

펜션 밑 소규모 공장주들과 마을 주민들은 올해까진 피해가 없었지만, 이들 모두가 '언젠간 사달이 날 것'이라며 입을 모을 정도로 위험에 노출돼 있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 산 정상에는 왼쪽으로 30도 기울어져 불안한 듯 매달린 소나무들이 언제 굴러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위태로워 보였다.




지금까지는 사고가 없었지만, 혹시라도 산사태가 나면 이 단지는 복구작업을 하기에도 최악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특히 단지 밑에는 소규모 공장들이 밀집해 건물이 빽빽이 들어서 있고, 단지를 오르는 골목도 좁아 복구작업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승용차 1대가 간신히 들어갈 정도로 도로가 비좁아 차를 대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중장비를 실은 화물차는 더 접근하기가 힘들어 보였다.

장맛비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다 이날 오후 먹구름이 몰려오자 주민들은 언제 또 '폭포수 같은 토사가 흘러내릴지 모른다'며 걱정을 했다.

주민 이효성(65) 씨는 "단지 조성 사업자들이 어떤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원래 토지 소유자가 안전을 위해 절개지의 산사태 등을 막기 위해 비닐을 덮어 사고를 예방하는 조처를 해야 했는데 이런 부분이 전혀 없다"고 혀를 찼다.

단지 아래에 사는 김점례(79) 할머니는 "집 바로 뒤에 버틴 옹벽 더미가 언제까지 버텨줄지 몰라 조만간 마을 이장에게 안전조치를 해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파주시 관계자는 "주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현장에 수시로 나가고 비가 오면 순찰을 하면서 관리 실태를 살펴본다"고 말했다.

ns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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