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홍준표號 한국당, 환골탈태 못 하면 미래도 없다

입력 2017-07-03 18:21  

[연합시론] 홍준표號 한국당, 환골탈태 못 하면 미래도 없다

(서울=연합뉴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이끌 새 대표로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선출됐다. 지난해 12월 이정현 전 대표 체제가 붕괴한 뒤 반년 만에 정식 지도부가 출범했다. 홍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당을 쇄신하고 혁신해서 전혀 달라진 모습으로 국민 여러분의 신뢰를 받겠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달라질게요'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홍 대표를 비롯한 후보들은 보수 혁신과 당의 쇄신을 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러나 행동은 실망스러웠다. 좌초 위기의 보수를 어떻게 재건하겠다는 성찰과 비전은 보이지 않고, 막말 공방과 헐뜯기가 난무했다. 5·9 대선 과정에서 '돼지 발정제' 논란으로 유권자들을 참담하게 만든 홍 대표는 이번 대표 경선과정에서도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를 '아주 나쁜 X들' '주사파 정권' 등으로 매도해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한국당은 경선 전에도 구태의연한 행태를 보였다. 대선 패배에 대해 누구 하나 정치적 책임을 지거나 진솔하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국민의 눈에 한국당은 '친박·비박'이니 '친홍·비홍'이니 편을 갈라 집안싸움에 골몰하는 정당으로 비쳤다. 새 정부 출범 이후의 인사청문회나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과정에서도 제1야당으로서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해 정부 여당의 '발목잡기'에 앞장선다는 인상을 심어줬다. 한국당의 이런 현실은 여론조사에 그대로 반영됐다. 한국갤럽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 한국당 지지율은 7%였다. 이는 집권여당인 민주당(48%)의 7분의 1 수준이고, 20석의 바른정당(9%)보다 낮으며, 6석의 정의당과 동률이다. 의석수 107석의 제1야당 지지율이 군소정당 수준으로 몰락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한국당이 국민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받고 있다는 증거다.



한국당 호(號)의 새 선장인 홍 대표는 대선 패배에 일차적 책임을 져야 할 대선후보였다. 그런 그가 대선 이후 두 달도 지나지 않아 당 대표로 복귀한 데 대해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다. 7·3 전당대회는 한국당이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보수정당으로 다시 태어날 좋은 기회였다. 고목에서 새싹을 틔우려면 썩은 가지를 잘라내야 하고, 상처를 제대로 치유하려면 환부를 도려내야 한다. 그러나 한국당은 그렇게 한 것 같지 않다. 썩은 가지는 그냥 두고, 상처는 봉합하는 데 그쳤다. 홍준표 호의 앞날이 순탄치 않으리라고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대로 가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바른정당과의 보수 정통성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도 있다. 한국당은 먼저 눈앞의 현실을 냉정히 봐야 한다.



한국당의 지리멸렬은 우리 정치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보수와 진보의 두 수레바퀴가 균형을 맞춰 굴러가야 정치가 살고 나라도 발전할 수 있다. 한국당은 지금부터라도 가혹할 만큼 철저하게 개혁하고 쇄신해야 한다. 정부·여당의 잘못에 대해 논리적으로 반박하고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실력을 키워야 한다. 구태에 사로잡힌 인물은 2선으로 물러나게 하고 새 인물을 대거 수혈해야 한다. 보수의 가치를 재정립해 국민에게 널리 알려야 한다. 그렇게 해야 떠난 민심을 다시 모을 기회를 잡을 수 있다. 홍 대표는 당 대표로 선출된 후 기자회견에서 "육참골단(肉斬骨斷)의 각오로 스스로를 혁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대표도 제1야당의 대표답게 품격있는 언행으로 자신보다 당을, 당보다 나라를 우선시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혹여라도 5년 후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앞세울 경우 한국당뿐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생명도 끝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환골탈태하지 않는 한 한국당도, 홍 대표도 미래는 없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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