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가 "우리 지역과 세계 평화"에 기여할 것이라며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적극적인 지원과 노력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을 접견한 자리에서 "북한의 참여는 IOC 결정에 달려있음을 잘 알고 있다"면서 "북한 참가가 바람직하다는 데 인식을 공유했으니 함께 노력해가자"고 말했다.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 문제에 관한 우리 정부의 주도적 역할을 확인한 데 이어 스포츠를 통한 남북 교류 타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바흐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남북화해와 한반도 평화 정책을 적극 지지한다"며 "저희는 한배를 타고 있을 뿐 아니라 같은 방향으로 노를 젓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이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화해의 물꼬를 트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바흐 IOC 위원장도 적극적인 지지 입장을 밝힌 만큼 긍정적 결과를 기대해 본다.
남북한이 스포츠를 통해 국민에게 큰 감동을 주고 화해 분위기를 이끈 사례는 여러 차례 있다. 지난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때는 첫 남북단일팀을 구성해 여자단체전에서 세계 최강이던 중국의 9연패를 저지하며 우승했고, 남자축구 단일팀이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서 8강에 오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무주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회식 축사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다시 (그런 영광을) 보고 싶다"며 사실상 남북단일팀 구성을 제안했다. 또 "남북선수단 동시 입장으로 세계인의 박수갈채를 받았던 2000년 시드니올림픽의 감동도 다시 느껴보고 싶다"면서 "북한응원단도 참가해 남북화해의 전기를 마련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 국제태권도연맹(ITF) 시범단을 이끌고 참석한 장웅 IOC 위원은 정치적 기반이 조성되지 않아 남북단일팀 결성은 물론 북한 선수들의 참가도 어렵다며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북한이 남북단일팀 등의 형태로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데는 현실적 걸림돌이 적지 않다. 개막이 7개월밖에 남지 않아 거의 단절 상태에 있는 남북한이 단일팀 합의를 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 남북한이 단일팀을 구성한 것은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사례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국제적 수준에 못 미치는 북한 선수들에게 올림픽 출전 자격을 주는 문제도 IOC와 세계 여러 나라의 동의를 구해야 해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아이스하키 등 일부 종목에서 남북단일팀을 구성한다는 얘기가 나오자 평창올림픽만 바라보며 땀 흘려온 탈락 선수들을 설득할 명분이 없다는 지적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청와대는 남북단일팀 구성 등 문제는 북한의 참가가 확정된 이후 논의하는 것으로 미뤄놓았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은) 무주 세계 태권도대회 당시 남북이 단일팀을 구성해 좋은 성적을 거둔 예를 들면서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말한 것"이라며 북한의 참가 방법에 관한 공식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현 단계에서 남북단일팀 구성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 같다. 하지만 북한 선수들이 종목별 와일드카드를 받아 참가하는 것은 단일팀 구성만큼 어렵지 않을 수도 있다. 바흐 위원장은 "북한선수단이 올림픽 출전 자격을 충족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화해의 물꼬를 트는 '평화올림픽'을 구현하는 차원에서 IOC가 전향적 검토를 하면 어떤 식으로든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할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그러려면 북한이 먼저 참가 의지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을 접견한 자리에서 "북한이 대화의 문으로 나설 마지막 기회가 지금"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이 말을 귀담아들었으면 한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