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 법원은 우익 정치인이 위안부 문제 연구자의 연구 성과에 대해 "날조"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확정했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지난달 29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 연구의 선구자인 요시미 요시아키(吉見義明·71) 일본 주오(中央)대 명예교수가 자신의 저작물이 '날조'라고 주장한 전직 중의원을 상대로 낸 명예훼손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를 확정했다고 요시미 교수의 변호인단이 3일 전했다.
요시미 교수는 사쿠라우치 후미키(櫻內文城) 전 중의원이 공개 석상에서 자신의 연구 성과가 날조됐다고 발언하자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지만, 일본 법원은 작년 1월과 12월 각각 1심과 2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사쿠라우치 전 의원은 2013년 "위안부제도가 필요한 것은 누구도 알고 있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던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당시 오사카(大阪) 시장이 도쿄의 일본 외국특파원협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해 기자회견할 때 동석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요시미라는 분의 책을 인용했지만, 그것은 모두 날조라는 것이 여러 증거에 의해 밝혀져 있다"고 말했다.
요시미 교수는 "저서가 날조라고 부정하는 것은 연구자로서의 존재 그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로, 명예와 신용을 현저하게 손상당했다"며 1천200만엔(약 1억2천229만원)의 손해배상과 사죄 광고 게시를 요구했다.
하지만 일본 법원은 이날 상고심까지 연구 결과가 날조인지 여부에 관해서는 판단하지 않고 "문제 발언은 증거에 의해 진실인지를 판단할 수 없는 의견 혹은 평론으로, 공익을 목적으로 한 발언인 점 등을 고려할 때 배상 책임이 면제된다"고 반복하며 사쿠라우치 전 의원의 편을 들었다.
요시미 교수는 일본군이 전쟁 중 위안소의 설치나 위안부 관리에 관여했음을 보여주는 문서를 일본 방위청(현 방위성) 방위연구소 도서관에서 발견해 알린 인물이다.
이 문서는 1992년 1월 아사히(朝日)신문의 보도로 알려졌고, 이듬해 8월 일본 정부의 고노(河野)담화 발표의 계기가 됐다.
변호인단은 성명에서 "극히 부당한 판결이다. 최고재판소는 국민의 사법권에 의해 위탁된 책임을 방기했다"고 비판하며 "위안부 피해 실태가 인권문제라는 정확한 이해를 사회와 공유하기 위해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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