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호, 한국판 '춘희' 도전…"백자처럼 아름다운 오페라될 것"

입력 2017-07-03 19:58  

정구호, 한국판 '춘희' 도전…"백자처럼 아름다운 오페라될 것"

국립오페라단 야외오페라 '동백꽃 아가씨' 총연출 맡아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한국 문화에도 미니멀하고 스타일리시한 요소들이 얼마든지 있어요. 달항아리나 백자에 담긴 비어있는 아름다움을 보세요. 한국적 모던함이 넘치는 오페라가 될 겁니다."

디자이너 정구호(52)의 이번 도전은 오페라다.

유명 여성복 브랜드 '구호(KUHO)'를 론칭시킨 그는 제일모직 패션 부분을 총괄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휠라코리아 부사장 등을 거친 한국 패션계의 아이콘이다.

그러나 요즘에는 패션계뿐 아니라 공연예술계에서도 그는 가장 '핫'한 인물 중 한 명이다. 그가 연출을 맡았던 국립무용단의 '향연'과 '묵향'은 표가 없어서 못 보는 인기 공연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국립오페라단이 25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제작하는 대형 야외오페라 '동백꽃 아가씨'의 총연출을 맡아 화제를 모으고 있다.

3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내 국립오페라단 회의실에서 만난 그는 "중학생 시절부터 오페라를 좋아했다. 오래전부터 오페라 연출이 하고 싶었다"고 도전 배경을 밝혔다.

"뉴욕(파슨스 디자인스쿨)에서 공부할 때도 시즌 티켓을 구매해 올라오는 오페라마다 챙겨봤을 정도예요. 워낙 음악에 깊이가 있잖아요. 패션 용어로 말하면 '오트 쿠튀르(고급 맞춤복·입기 어렵지만 트렌드를 주도할 브랜드 컨셉트를 제시)' 같은 느낌을 주는 것 같아요."

이번 '동백꽃 아가씨'에도 그의 특기와 파격이 곳곳에 스며 있다.

'동백꽃 아가씨'는 전 세계인이 가장 사랑하는 오페라 중 하나인 '라 트라비아타'에 한국적 색채를 입힌 작품. '라 트라비아타'의 배경이 된 18세기 프랑스 귀족 사회를 조선 영·정조 시대의 양반 사회로 재해석했다.




주역 가수들은 한복을 입고 노래하고, 무대 뒤편에서는 한국 무용수들이 춤을 춘다. 주인공 '비올레타'는 5m가량의 긴 소복을 입은 채 죽음을 맞는다.

공연 시간을 2시간 20분에서 1시간 40분으로 줄인 대신 변사(辯士)를 출연시켜 극의 진행을 관객들에게 설명하기도 한다.

정구호는 "노래까지 모두 한국어로 바꾸고 싶었지만, 시간 여건상 노래는 원어로 진행된다"며 "나중에는 언어와 배경, 인물 이름 등까지 모두 한국 버전으로 바꿔 완성을 시켜보고 싶다"며 웃었다.

물론 그는 '전문가가 아니다'라는 오페라계 내부의 비난도 충분히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르 안에 있는 사람들은 틀을 깨는 것을 두려워해요. 그래서 저 같은 '미꾸라지'가 가끔 새 도전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봐요. 제가 무용에 처음 도전할 때도 말이 많았잖아요. 이번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음악을 잘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체적 그림을 제대로 잡는 게 더 중요해요. 디테일은 각 분야 전문가들이 잘 도와주실 수 있는 부분이고요."

그가 연출가로서 가장 강조할 부분은 역시 '한국적 정서'다.

"한국적 색채가 두드러지는 작품이기 때문에 겉으로 강하게 드러나는 표현보다는 삭이는 감정, 옷고름을 활용한 동작들 정도만 지시하려고 합니다."

패션, 무용, 오페라 등 무한 '창작 동력'을 지닌 그의 다음 도전은 아마 영화가 될 듯하다.

그는 "최근 시나리오를 직접 쓰고 있다"며 "새 장르에 도전하는 게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즐겁다. 죽을 때까지 이런 창작 작업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쨌든 제가 가진 확실한 특기는 머릿속에 상상한 그림을 실제 무대 위에 거의 비슷하게 구현해 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번 오페라요? 아마 정말 아름다울 겁니다."

공연은 8월 26~27일 서울올림픽공원 내 88잔디마당에서 열린다.

티켓 가격은 1만~3만원. ☎02-580-3543

sj997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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