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 부국' 이란에 서방 에너지 기업 복귀 신호탄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 석유부는 3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프랑스 에너지 회사 토탈과 이란 남부 걸프해역의 '사우스 파르스 가스전' 제11공구를 개발하는 사업의 본계약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모두 48억 달러(약 5조5천억원)가 투자될 예정으로, 토탈(50.1%), 중국 CNCP(30%), 이란 국영석유회사(NIOC) 자회사 페트로파르스(19.9%)가 합작 회사를 설립해 추진한다.
따라서 토탈은 앞으로 2조2천억원 정도를 이란 에너지 사업에 투자하게 된다.
이번 계약은 지난해 1월 핵합의안이 이행돼 대(對)이란 제재가 완화된 이후 서방 에너지 기업이 이란에 투자하는 첫 사례다. 동시에 이란이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기존 '바이백' (buy-back) 방식을 폐지하고 지난해 새로 마련한 이란석유계약(IPC)에 따라 맺어진 첫 계약이기도 하다.
토탈은 2010년까지 사우스파르스 제2, 3공구에 참여했지만 이란에 대한 제재와 계약의 해석을 두고 이란과 갈등을 빚으면서 철수했다.
비잔 남다르 잔가네 이란 석유부 장관은 이날 계약식에서 "오늘은 이란 석유산업에 기쁜 날"이라며 "이번 계약이 이란의 석유산업의 새로운 장을 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패트릭 푸얀네 토탈 최고경영자(CEO)도 "이란과 토탈에 역사적인 날"이라면서 "이란의 석유산업에 복귀하는 첫 회사가 돼 기쁘다"고 말했다.
토탈은 페트로파르스에 선진 기술도 전수하기로 했다고 하미드 아크바리 페트로파르스 사장이 말했다.
사우스파르스 가스전 제11공구가 개발되면 하루 평균 5천만㎥의 천연가스가 생산된다.
알리 가르도르 NIOC 사장은 "유가가 배럴당 50달러로 유지된다면 토탈과 계약 기간이 끝날 때까지 이란은 천연가스 판매로 840억 달러를 벌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들 회사는 3년간 사우스파르스 가스전 제11공구를 탐사·개발하고 20년간 천연가스를 생산할 계획이다.
앞서 토탈과 CNCP, 페트로파르스는 지난해 11월 이와 관련한 기본계약(HOA)을 맺었다.
토탈은 올해 5월 이란 대선에서 보수파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커지고, 이란에 적대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제재 유예(웨이버)에 서명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본계약 서명을 미뤘다.
하지만 이란 대선에서 개혁 성향의 로하니 대통령이 당선되고, 트럼프 대통령이 4월과 5월 두 차례 대이란 제재를 유예한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사업에 다시 속도가 붙었다.
이 계약은 지난해 1월 대이란 제재 완화 이후 서방의 에너지 회사가 처음 이란에 진출하는 사례인 데다, 유럽 사기업이 20억 달러(약2조3천억원) 이상의 거액을 이란에 어떤 방식으로 송금할지도 관심사라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다.
토탈은 약 10억 달러를 1차로 이란에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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