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육상연맹이 소송 대비해 연구 지원…비난 목소리 커져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일반 여성보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여자 선수는 경기력 향상에 큰 도움을 받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연구 결과를 소송에 활용하기로 하면서 '성별논란'이 재점화했다.
AP통신은 4일(한국시간) "학술지 스포츠 의학 브리티시 저널에 '남성 호르몬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여자 육상 선수는 경기 때 1.8∼4.5% 경기력 향상 효과를 누린다'는 내용의 논문이 실렸다"고 보도했다.
연구를 주도한 스테파니 버먼, 피에르-유에프 가니에는 2011 대구, 2013년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 400m, 800m, 해머던지기, 장대높이뛰기에 참가한 여자 선수 2천100명의 남성 호르몬 수치와 경기 결과를 분석했고 "확실히 경기력에 영향을 끼친다"는 결론을 내놨다.
여자 중거리 스타 캐스터 세메냐(26·남아프리카공화국), 단거리 선수 듀티 찬드(19·인도)의 국제대회 출전 여부를 놓고 소송 중인 IAAF에 유리한 결론이다.
IAAF는 2015년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일정 기준 이상이면 여성 종목에 출전하지 못한다'라는 규정을 만들었다. 이 규정대로라면 세메냐는 지난해 8월 열린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나설 수 없었다.
하지만 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근거가 부족하고 차별 논란이 있다'며 규정 발효를 막았다.
결국 세메냐는 리우올림픽에 출전해 여자 800m 정상에 올랐다.
찬드도 정상적으로 선수 생활을 하고 있다.
2013년 인도육상경기연맹과 IAAF는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너무 높다. 수술로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낮추지 않으면 여자 대회 참가를 무기한 금지한다"고 제재를 가했지만 CAS의 '출전 금지 유예' 결정이 나왔고 찬드는 수술을 하지 않고도 선수 자격을 유지했다.
아직 법정 다툼은 끝나지 않았다. IAAF는 새로운 연구 자료를 근거로 세메냐와 찬드의 여자 경기 출전을 막으려 한다.
하지만 반론도 거세다.
일단 "이번 연구는 IAAF와 세계반도핑기구의 지원 하에 진행했다. 결론 도출 과정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구를 주도한 버먼과 가니에 모두 IAAF에 소속된 '관계자'다.
세메냐와 찬드가 화두에 오르면 '차별 논란'도 불거진다.
세메냐와 찬드는 기준 기록만 통과하면 올해 8월에 열리는 런던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
법적공방이 올해 말로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IAAF는 "특정 선수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 공정한 경쟁을 위한 연구였다"며 "당연히 소송에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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