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산 '신제품인증'…중소기업 지원제도 비리 백태

입력 2017-07-04 14:59  

돈으로 산 '신제품인증'…중소기업 지원제도 비리 백태

보조금 편취에 내부자료 유출도…검찰, 산자부·중소기업청 전·현직 공무원 등 기소




(수원=연합뉴스) 최종호 기자 = 신제품인증 제도와 연구·개발 지원사업 등 정부의 우수 중소기업 지원제도를 악용, 제 잇속을 챙긴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기업청의 전·현직 공무원, 정부 산하 기관 직원, 기업인 등이 검찰에 다수 적발됐다.

수원지검 특수부(송경호 부장검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 혐의로 산자부 소속 비영리법인인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의 전 수석연구원 이모(61)씨 등 4명을 구속기소했다고 4일 밝혔다.

또 전 산자부 공무원 김모(59)씨 등 6명을 불구속기소하고 1명을 약식기소했다.

이씨는 한 CCTV업체의 적외선 카메라 기술이 적용된 CCTV 제품을 국가기술표준원의 신제품인증을 받게 해주고 이 업체로부터 2015년 4∼12월 3차례에 걸쳐 1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산자부에서 인증산업 분야 업무를 담당하던 김씨는 이씨의 부탁을 받고 신제품인증 평가위원 10명 가운데 7명을 자신과 이씨의 지인으로 꾸려 이 업체 제품을 인증받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신제품인증 제도는 산업기술혁신 촉진법에 따라 국내에서 최초로 개발된 기술 또는 이에 따르는 대체 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정부가 인증하고 제품의 초기 판로 지원과 기술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로 산자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이 관련 업무를 담당한다.

신제품인증을 받은 제품은 공공기관의 우선구매 대상이 되고 공공기관은 해당 품목의 20%를 의무적으로 신제품인증 제품으로 구매해야 하는 등 각종 혜택을 받는다.

중소기업 기술혁신 촉진법에 따른 중소기업에 대한 연구·개발 지원사업도 비리로 얼룩졌다.

중소기업청 공무원 송모(34)씨는 한 화장품원료 제조업체를 연구·개발 지원사업 대상 업체로 선정해주는 대가로 이 업체 대표로부터 3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전 경기지방중소기업청 공무원 신모(61)씨 등 2명도 같은 명목으로 각각 1천800만원과 1천2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업체 대표는 연구·개발 지원사업 대상 업체로 선정된 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받은 보조금 30억여원 가운데 1억7천여만원을 빼돌리기도 했다.

이밖에 중소기업청 산하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직원 이모(32)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컨설팅업자에게 직원에게만 접근 권한이 있는 관리자사이트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준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이 컨설팅업자는 이씨에게 건네받은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연구·개발 지원사업 신청업체 현황과 평가 결과 등을 다운로드받아 자신의 영업에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개발 지원사업은 중소기업청이 중소기업의 혁신역량 및 성장 단계에 따라 기술개발 저변 확대, 기술개발 인프라 등의 분야로 구분, 총 10개 사업의 사업비 전부 또는 일부를 정부출연금으로 지원하는 제도이다. 지난해 이 제도 정부출연금은 8천537억원에 달한다.

검찰 관계자는 "신제품인증 제도에 관한 수사는 이번이 처음으로 제도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부당한 제도 운용에 따른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가지 않도록 구조적 비리 척결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zorb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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