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측 "정상들 헬기타고 오더라도 수행원들 통행 어려울 것"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 오는 7∼8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서 시위대가 정상들을 회의장에 고립시키는 작전을 구상하고 있다.
경찰이 인력과 차량으로 만든 저지선을 이용해 시위 참가자들을 좁은 지역으로 몰고 가는 전략을 차용, 도심에서 정상들과 수행원들의 자유로운 통행을 최대한 방해하겠다는 계획이다.
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함부르크에서 시위를 기획하는 핵심 활동가들은 20개국 정상들이 회의장을 오가는 것을 방해하는 창의적인 방안들을 고안해내고 있다.
'G20을 막아라'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탁구 토너먼트 대회와 주요 거리에서의 파티, 야외 영화 상영 등을 계획하고 있다. 자전거 타기 등도 차량 통행을 방해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다.
이에 사회민주당 소속의 함부르크주의 상원의원인 앤디 그로테는 "시위대들이 정상들의 차량 행렬을 방해하기 위해 그들의 목숨을 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핵심 활동가들은 이러한 우려를 유언비어라고 일축하면서 그들의 행동이 정상들을 직접적으로 목표로 삼는 게 아니라 정상들의 이동을 방해하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활동가 그룹 중 하나인 '블록 G20'의 니코 베르그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 등이 회의장에 헬리콥터를 타고 도착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그들의 수행원들과 수행 기자단 등은 회의장에 합류할 수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경찰은 각국 정상들이 공항에 도착해 도심에 이를 때까지 3가지의 안전한 경로를 확보하고 있으나, 돌발 사태를 예상하기 어렵다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앞서 시위대는 지난 2일 도심에 텐트를 설치하는 문제로 경찰과 충돌해 일부가 다치고 한 명이 체포돼 정상회의 기간의 시위에서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함부르크와 같은 항구도시인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2001년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는 20만 명의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해 23세의 이탈리아 청년이 사망한 바 있다.
함부르크 경찰은 이번 시위대의 규모는 제노바 때의 절반 정도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등의 언행이 시위대를 자극할 가능성도 제기돼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특히, 경찰은 정상회의 전날 무정부주의자와 강경 좌파들이 벌일 시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옥에 온 것을 환영한다(Welcome to Hell)'는 슬로건을 내건 이 시위에는 8천명 정도가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경찰은 시위를 최대한 저지하기 위해 공항에서 회의장까지 38㎢ 구간에 집회를 금지했으나, 독일 녹색당과 좌파당이 이에 반대하고 나섰다.
좌파가 장악한 함부르크 상원은 도심에서 모든 시위를 금지하려는 경찰의 제안에 대해서도 표현의 자유를 억압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이와 함께, 경찰은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경호팀이 최근 미국 방문에서 시위대를 공격한 것과 같은 행동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함부르크 경찰 총수인 랄프 마르틴 마이어는 "함부르크의 거리에서 우리만 공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라며 "그들이 제삼자를 공격하면 구금을 포함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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