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 기능도 있지만 '거짓 SNS'에 무고한 희생자도 낳아"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청춘이라면 너도나도 스타가 되고 싶어하는 시대, 오디션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한 또래를 보는 눈도 자연스럽게 날카로워졌다.
오디션 프로는 일반인 또는 거의 노출되지 않은 연습생을 한 번에 스타로 만들어주는 몇 안 되는 창구이다 보니 방송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불거지는 참가자 과거 인성 논란과 검증은 이제 '필수 코스'가 됐다.
시청자가 주도적으로 제기하는 논란과 검증 과정은 '자정 기능'을 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무고한 인물에게 치명상을 가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양날의 검이다.
◇ '프듀2'→'쇼미6'→'아이돌학교'…빨라지는 논란 사이클
엠넷 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퇴장한 '프로듀스101' 시즌2를 기점으로 오디션 참가자의 과거에 대한 논란 제기와 검증의 사이클은 한층 빨라지는 모양새다.
'프로듀스101' 시즌2는 시작 전부터 한종연 연습생이 과거 논란에 자진 하차를 선택, 다른 2명은 건강 문제로 퇴장하며 101명이 아닌 98명으로 시작했다. 방영 중에는 하민호 연습생이 미성년자 팬에게 SNS로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이 확산해 하차했다. 방송 후에는 뉴이스트 강동호가 성추행 의혹에 휩싸여 루머 유포자와 공방을 벌이고 있다.
'쇼미더머니6'는 첫 방송 직후 화려한 프로듀서 군단과 참가자에 대한 반응보다 영비(양홍원)와 노엘(장용준)에 대한 갑론을박이 더 뜨거웠다.
영비와 노엘은 과거 같은 방송사의 오디션 프로그램인 '고등래퍼'에 출연했을 당시 각각 학교폭력 가해자 논란과 성매매 의혹에 휩싸였다. 노엘은 아버지가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인 사실이 함께 알려지며 결국 하차했지만, 영비는 반성하는 모습을 강조하며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두 사람의 출연에 온라인에서는 "실력은 인정하자"는 입장과 "뻔뻔해서 보기 싫다"는 입장이 팽팽하게 맞선다.
걸그룹 데뷔를 목적으로 하는 '아이돌학교'는 이제 막 티저 영상이 공개됐을 뿐인데 벌써 참가자 중 2명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인성 논란에 휩싸였다.
이채영은 과거 일진이었다는 의혹과 함께 강제전학, 정학 등 경험도 있다는 루머가 제기됐다. 이슬도 학교폭력 가해자라는 소문이 인터넷에 올라 홍역을 치렀다.
엠넷은 "이채영은 출신 학교 등을 통해 조사한 결과 강제전학과 정학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고, 이슬은 가족들이 나서서 반박했고 지금은 원만히 정리된 상황으로 안다"고 논란을 일축한 상황이다.
◇ "사전조사보다는 자연스러운 검증…의혹 제기는 신중하게"
가장 깔끔한 방법은 프로그램 제작진이 방송을 시작하기 전 논란이 될 만한 참가자를 미리 걸러내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과한 사전조사를 했다가는 '개인 사찰'이 될 수도 있고, 문제점을 발견한다 하더라도 방송 출연 여부를 판가름하는 기준을 세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프로듀스101' 시즌2를 연출한 안준영 PD는 최근 인터뷰에서 "방송 전에 몇 차례 확인하지만 (걸러내기가) 쉽지 않고, 제기되는 논란 중에는 사실이 아닌 것들도 있다"고 어려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요새는 SNS가 발달하고 연예인은 '반(半)공인'이라 어린 시절부터 양성화가 될 수밖에 없다"며 "사실은 기획사에서 관리해주는 게 가장 바람직한 것 같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측이나 기획사에서 알지 못했던 논란의 경우에는 온라인 검증 과정을 거치는 게 가장 투명한 방법이라는 입장도 있다.
CJ E&M 통합커뮤니케이션팀 관계자는 5일 "일반인 출연자에 대한 검증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과거 행적 조사 등은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어 조심스럽다"며 "온라인을 통해 의혹이 생기면 당사자와 그 가족 등을 통해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가 현재 개인정보보호법상 유일한 검증 절차"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의 경우 또래의 시기와 질투로 인해 발생하는 무고한 희생자를 막을 길이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
특히 정확한 근거가 없는 글이라도 일단 의혹은 온라인에 올라오면 걷잡을 수 없이 퍼지는 데다, 일부 언론의 '베끼기식 보도'는 확산 속도를 더 높이기 때문이다. 의혹이 거짓으로 판명돼도 당사자는 회복불능의 상처를 입은 후다.
CJ 관계자는 "사실 확인이 어려운 루머와 '가짜 뉴스'에 필적하는 음해성 '가짜 SNS'는 또 다른 형태의 폭력으로 출연자에게 치명적인 트라우마를 입히는 만큼 의혹 제기는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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