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폐주유소서 남겨졌던 심천우 소행 확신…심, 끝까지 살인 혐의 부인
(창원=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시신은 버렸으나 죽이지는 않았다."
골프연습장에서 40대 여성을 납치·살해한 혐의로 검거된 심천우(31)·강정임(36·여)은 경찰 조사에서 핵심 피의사실인 살인 혐의를 부인하며 이같이 황당한 진술을 했다.
그러나 수집한 증거나 앞서 검거된 공범 심천우 6촌 동생 심모(29) 씨 진술, 당시 정황 등을 고려하면 이들이 피해자 A(47·여)씨를 살해하지 않았을 가능성은 '0%'라는 게 경찰 의견이다.
지난달 24일 오후 8시 30분께 창원 시내 한 골프연습장 주차장에서 A씨를 납치한 '혼성 3인조'는 자신들의 차량과 A씨의 고급 외제차를 몰고 고성군의 한 버려진 주유소로 향했다.
자신들의 스포티지 차량은 공범 심모(29)씨가, A 씨 차량은 강정임이 몰았다.
우선 주유소에 모였다가 창원으로 가 A 씨 차량을 버린 뒤 다시 주유소로 돌아와 다른 지역으로 도주할 심산이었다.
오후 10시 35분께 주유소에 도착하자 심 씨와 강정임은 심천우와 A 씨만 내려준 뒤 창원으로 돌아갔다.
창원에서 A씨 차량을 버리고 심 씨와 강정임이 다시 주유소로 돌아온 시각은 오후 11시 40분께였다.
심 씨와 강정임 진술에 따르면 이들이 주유소에 돌아왔을 때 A씨는 이미 숨져 시신이 마대자루에 담긴 상태였다.
두 사람이 주유소를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기까지 걸린 약 1시간 사이 심천우가 A 씨를 죽인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심천우도 자신이 A 씨 시신을 마대자루에 담아 나머지 일당과 함께 버린 사실은 인정했다.
문제는 두 사람이 주유소를 떠나 있었던 '공백의 1시간' 동안 자신이 A 씨를 죽인 사실을 시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 확보한 폐쇄회로(CC)TV, 앞선 검거된 공범 심 씨 진술 등을 미루어보면 당시 현장에 목격자나 조력자 등 '제3의 존재'는 없었던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만약 심천우가 죽이지 않았다면 남은 경우의 수는 A 씨의 자살이나 사고사 밖에 없다.
그러나 시신을 부검한 결과 A씨 사망 원인은 경부압박에 의한 질식사 즉, 목이 졸려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맨손으로든 끈으로든 누군가 A씨 목을 졸라 숨지게 한 것 이외의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모든 증거와 정황이 심천우를 범인으로 지목함에도 심천우가 입을 다문 이유는 법적 책임을 최대한 피해 보겠다는 일종의 '꼼수'로 경찰은 보고 있다.
강도살인이 아닌 금품을 노린 단순 납치극 정도로 사건을 몰고 가 형량을 최대한 낮추겠다는 노림수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노림수는 자충수가 될 확률이 높다. 심천우가 살해한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끝까지 범행을 부인한다면 되려 형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3일 서울에서 검거돼 창원으로 압송된 심천우와 강정임은 뉘우치거나 반성하는 모습 없이 경찰 조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을 상대로 살해 방법·범행동기 등에 대해 추가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또 심천우가 지난해 11월 SNS에 다른 범죄를 암시하는 듯한 글을 올린 것을 확인하고 추가범행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심천우는 당시 자신의 SNS에 '살다 살다 이런 XX 처음 보네'라는 짧은 글을 올렸으며 댓글을 단 지인에게 '칼부림 났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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