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부적격자 국민 판단' 발언을 계기로 교착상태에 빠졌던 정국에 숨통이 트일지 주목된다. 홍 대표는 4일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잇따라 회동한 뒤 기자들에게 "인사청문회를 해서 부적격자임이 분명해도 임명할 수 있는 게 현행 제도"라며 "그 판단은 국민의 몫이다. 거기에 당력을 쏟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또 "부적절한 사람이라는 것을 국민이 알면 됐다. 그런 사람을 임명 강행하면 그것은 그 정부 책임"이라고 덧붙였다. 상당수 고위공직자를 '부적격자'로 지목하고 임명 철회를 요구했던 기존 당론을 수정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듯하다. 한국당은 이날 임명된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함께, 아직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를 '부적격 신 3종 세트'로 규정하고 자진 사퇴나 지명철회를 요구해 왔다. 하지만 7·3 전당대회를 통해 한국당의 새 선장이 된 홍 대표는 '부적격 후보자'라도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아울러 홍 대표는 추가경정예산안과 정부조직법 개정안 심사에도 일단 응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공무원 증원은 절대 불가다. 그것 이외에는 추경 요건에 맞으면 해주는 게 맞다"면서 정부조직법 개정에 대해서도 "야당이 막는다는 것은 별로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자유민주주의 가치에 위배되거나 국가안보에 저해되는 행위는 당력을 동원해 막아야 하지만 그 외의 것은 국민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대표의 이날 발언은 고위공직자 인사청문, 추경예산안 및 정부조직법 개정안 심사 등 3대 현안에 대해 전향적 해법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정우택 대표권한대행 체제의 한국당은 '부적격 후보자'의 지명철회를 요구하면서 추경예산안과 정부조직법 심사를 보이콧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이로 인해 제1야당으로서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발목잡기'에 앞장선다는 인상을 주기도 했다. 물론 홍 대표의 발언이 침체에 빠진 당을 다시 일으키려는 출구전략 차원에서 나왔을 수 있다. 하지만 정국정상화의 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높다. 홍 대표가 이끄는 대로 한국당이 추경예산안과 정부조직법 개정안 심사에 조속히 나서기를 바란다. 이미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추경안 심사에 참여하기로 했다. 한국당만 동참하면 꼬였던 일들이 일거에 풀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청와대와 정부도 정국정상화를 위해 야당과 협치에 적극 나서야 한다. 추경예산안 처리와 관련해 정부와 여당은 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 3당이 공무원 증원용 예산에 한목소리로 반대하고 있다는 점을 경시하면 안 된다. 야당을 논리적으로 설득하거나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제3의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국회 인사청문 제도의 소모적 허점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국회의 청문보고서 채택이 없어도 대통령이 장관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어 인사청문회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차제에 인사청문 절차를 더 효율적으로 개선하는 제도적 보완장치가 검토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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