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덕 창작 뮤지컬, 명성황후·영웅 명성이을까

입력 2017-07-05 06:00  

김만덕 창작 뮤지컬, 명성황후·영웅 명성이을까

12월 초연 목표 본격 제작 돌입…감동과 교훈·재미 동시에 잡아야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조선 시대에 나눔을 실천한 제주의 대표적인 인물인 김만덕(金萬德·1739∼1812년)의 삶이 뮤지컬로 재탄생된다.

김만덕의 나눔과 조냥정신('절약정신'을 뜻하는 제주어)을 기리기 위해 객주터와 기념관 건립, 드라마 제작 등 다양한 시도가 진행됐지만, 뮤지컬 제작은 이번이 처음이다.





◇ 김만덕 나눔·조냥정신 뮤지컬로 승화

'제주의 문화예술을 알리는 뮤지컬 제작 사무의 민간위탁 동의안'과 뮤지컬 제작에 필요한 추가경정예산안이 4일 제352회 제주도의회 정례회 제2차 본회의를 통과했다.

김만덕 창작 뮤지컬 제작을 위한 첫 번째 고비를 넘긴 셈이다.

제주시는 제주 전통문화의 정신적 지주로서 조냥과 나눔을 상징하는 김만덕의 일대기를 다룬 뮤지컬을 제작, 제주의 대표 문화 콘텐츠로 육성할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총 사업비 7억원 규모로, 국내 유명 뮤지컬 배우와 도내 문화예술인이 함께 무대를 만들어 나간다.

시는 앞서 지난 5월 31일 유명 뮤지컬 작가인 한아름 씨와 계약을 체결했다.

한 작가는 안중근 의사의 일대기를 장엄하게 펼쳐낸 창작 뮤지컬 '영웅'의 대본을 써 제16회 한국뮤지컬대상에서 극본상을 수상했고, 이외에도 '윤동주, 달을 쏘다' '왕세자실종사건' '죽도록 달린다'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남겼다.





시는 7월 안에 뮤지컬 제작사를 선정한 뒤 본격적인 제작과 홍보작업을 거쳐 오는 12월 말에 제주아트센터에서 첫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문경복 제주시 문화관광체육국장은 "김만덕은 조선 시대 최고 여류 화가인 신사임당에 버금가는 인물"이라며 "김만덕의 삶을 조명하는 뮤지컬이 나와야 할 때이며 이는 제주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연간 1천500만명의 관광객들이 찾는 제주에서 훌륭한 문화예술을 접할 기회가 열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만덕은 비천한 기녀에서 조선 최고의 거상으로 거듭난 실존 인물이다.

김만덕은 조선 후기 1794년(정조 18년) 제주에 흉년이 들자 전 재산을 털어 사들인 곡식을 나눠줌으로써 굶주림에 허덕이던 백성을 구했다. 이 같은 선행을 전해 들은 정조는 김만덕을 궁으로 불러 그의 소원이던 금강산 유람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내의원(內醫院)에 속한 여의(女醫) 가운데 으뜸인 '의녀반수(醫女班首)'라는 벼슬을 내렸다.

이후 가난한 집안 출신에다 전직 기생이었던 여성을 사대부들이 앞다투어 칭송했다. 당시 좌의정이던 채제공(蔡濟恭)은 '만덕전'을 지어 그녀에게 전달했다. 추사 김정희도 '은광연세(恩光衍世·은혜로운 빛이 여러 세대로 이어진다)'라는 글을 지어 김만덕의 선행을 찬양했다.







◇ 성공할까?…기대 반 우려 반

김만덕 창작 뮤지컬이 한국을 대표하는 뮤지컬 '명성황후'나 '영웅'처럼 관객의 큰 관심을 끌 수 있을까.

이들 세 작품은 명성황후와 안중근, 김만덕 등 모두 역사 속 인물을 무대 위에 부활시켰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제작비와 제작 기간 면에서는 큰 차이가 난다.

명성황후는 12억원을 들여 4년여의 제작 기간 끝에 완성됐다. 1995년 초연 당시로는 막대한 제작비용이었다.

영웅은 3년이 넘는 기간 35억원을 들여 2009년 초연됐다.

김만덕 창작 뮤지컬은 지난 3월에야 뮤지컬 제작 계획이 수립, 제작이 순조롭게 진행돼 올 12월에 초연이 된다면 제작 기간은 고작 10개월에 불과하다.

제작비 역시 7억원으로 다른 여타 뮤지컬에 비할 수준이 아니다.

물론 제작 기간과 제작비가 뮤지컬의 흥행과 질을 담보하는 기준은 아니지만, 분명히 우려되는 부분이다.







이외에도 교훈과 감동적인 이야기를 통해 동시에 대중적인 재미와 극의 몰입도를 높여야 하는 과제도 남아있다.

2010년 제작된 KBS 드라마 '거상 김만덕'의 경우 완성도나 작품성 면에서 호평을 받았지만, 대중의 흥미를 끄는 데는 실패해 평균시청률 12.7%라는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둔 바 있다.

그런데도 제주에서 뮤지컬이라는 색다른 장르로 김만덕의 삶을 조명한다는 시도 자체는 매우 큰 의미를 띤다.

물밀듯 이주민과 관광객들이 들어오는 제주에서 조냥과 나눔을 상징하는 김만덕 일대기를 다룬 뮤지컬 제작을 통해 제주도민에게 자부심을, 도민을 비롯한 관광객과 이주민들 모두에게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교훈을 심어준다.

그뿐만 아니라 제주의 대표적 문화 콘텐츠의 하나로 자리매김한다면 '문화의 불모지'라는 오명을 훌훌 털고 제주가 아름다운 자연에 더해 다양하고 풍부한 문화를 누릴 수 있는 관광지로 거듭날 수 있다.

제주시는 짧은 제작 기간이 가장 큰 어려움이지만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우수 제작사를 선정, 열의를 갖고 착실히 진행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올해 초연을 선보인 뒤 내년에는 4년 기간의 중기계획을 수립해 작품의 완성도는 물론 배우와 공연장 등 관련 인프라를 단계적으로 끌어올린다는 복안이다.

bj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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