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 준비 EU·조용한 한국…사뭇 다른 미국 철강조사 대처법

입력 2017-07-05 07:01   수정 2017-07-05 11:12

보복 준비 EU·조용한 한국…사뭇 다른 미국 철강조사 대처법

중국·러시아, WTO서 공식 문제제기…한국은 '우방' 강조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미국 정부가 진행 중인 '수입산 철강의 안보 영향 조사' 결과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이에 대응하는 정부 전략이 다른 조사 대상국과 사뭇 달라 눈길을 끈다.

중국과 러시아 등은 세계무역기구(WTO)에서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며 미국과 대치 국면으로 치닫고 있지만, 한국은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강조하며 조용히 설득하는 길을 택했다.

5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외신에 따르면 당초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말 조사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독일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로 발표를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G20에서 철강 조사를 비롯해 미국의 무역적자 문제를 꺼내 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산업부는 철강 수출국 모두에 부정적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과 유럽연합(EU), 브라질, 호주, 대만, 러시아 등은 지난달 30일 열린 WTO 상품무역이사회에서 철강 조사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중국과 EU는 미국이 국가 안보를 이유로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관세를 정당화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도 조사의 타당성에 의문을 던졌고, 다른 국가들은 미국이 보복관세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세실리아 말스트롬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지난 26일 미국의 철강 조사에 대한 보복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 정부는 아직 WTO 등 공개석상에서 철강 조사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거나 보복조치를 거론한 적이 없다.

앞서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 5월 24일 미국 상무부가 개최한 철강 조사 공청회에 정부 관계자가 직접 나와 자국 기업 입장을 대변했지만, 한국 정부는 의견서만 제출했다.

정부가 전면에 나서지 않는 이유는 강경 대응보다는 조용한 설득이 실리를 취하는 방법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불필요하게 미국을 자극하기보다는 한국의 주요 수출품은 최대한 관세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꾸준히 설득하는 전략이다.

특히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가상의 적'으로 간주해 이들 국가와 대화가 쉽지 않지만, 한국은 '우방'이라는 특수성이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WTO에서 미국에 망신을 준다고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로서는 양자 접근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산업부는 앞서 미국 상무부에 제출한 정부 의견서에서도 "한국은 미국의 안보 동맹국으로 안전하고 신뢰 가능한 철강 공급국이므로, 한국산 철강이 미국 안보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문 대통령도 정상회담에서 통상 문제를 논의하면서 "한국은 지금까지 둘도 없는 미국의 안보동맹이었는데 이를 넘어 경제동맹으로 발전시키자"며 동맹 관계를 강조했다.

당사자인 철강 업계는 묵묵히 결과를 기다릴 뿐이다.

올해 초부터 냉연과 열연, 유정용 강관 등 주요 수출품에 대한 관세 폭탄으로 수출길이 막힌 업계에서는 "이미 때려 맞을 만큼 맞았다"는 허탈한 반응이 나온다.






blueke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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