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전 행정관, 朴 재판 증언…"지시받고 쓴 내용 아냐"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2015년 7월 독대를 위해 청와대가 준비한 이른바 '말씀자료'에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관련 내용이 들어간 것은 단순한 격려 차원이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청와대 행정관이 준비한 자료 작성 과정에 박 전 대통령이나 안종범 전 수석의 지시는 없었다는 진술도 제시됐다.
윤모 전 청와대 행정관은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같은 취지로 증언했다.
검찰은 이날 윤 전 행정관이 청와대 경제수석실 경제금융비서관실에 재직 중이던 2015년 7월께 작성한 '말씀자료' 사본을 공개했다.
독대에서 박 전 대통령이 발언할 내용을 준비한 이 문건에는 '현행 법령상 정부가 도와드릴 부분은 제한적이지만 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이 정부 임기 내에 승계 문제가 해결되기를 희망한다'는 문구가 담겼다.
검찰이 "이 같은 문구를 자료에 넣으라고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이나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지시를 받았나"라고 묻자, 윤 전 행정관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그는 "자료를 작성하기 직전 언론에서 사실상 승계가 끝났다는 보도가 나왔고, 이 부회장 입장에서는 (합병이) 가장 힘든 부분이었기 때문에 격려하는 의미에서 쓴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말씀자료 작성을 앞두고 경제수석실 선임 행정관이 각 기업 대관업무 담당자에게 '현안'을 알려달라고 했는데, 다른 기업들과 달리 삼성은 정부에 건의할 내용 없이 투자·고용 현황 등만을 알려왔다고 했다.
윤 전 행정관은 "'삼성은 위에서 고공 플레이를 하지 우리(행정관)하고는 얘기하지 않으려나 보다'하고 생각하게 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말씀자료를 작성한 날짜가 언제인지, 독대에서 박 전 대통령이 이 자료를 활용했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재판부는 증인 신문이 끝난 뒤 박 전 대통령이 퇴정할 때 몇몇 지지자가 통제에 따르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거나 "사랑합니다, 힘내세요"라고 외치자 2명에게 향후 이 재판을 방청할 수 없도록 명령했다.
재판부는 "질서와 안전을 위해 피고인이 법정을 떠날 때까지 일어나지 말라고 여러 차례 당부했는데도 통제에 따르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며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일어나면 위험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jaeh@yna.co.kr
(끝)
![](https://img.yonhapnews.co.kr/etc/inner/KR/2017/07/04//AKR20170704193900004_01_i.jpg)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